반도체업계,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챗GPT' 열풍에 반색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 열풍이 불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챗GPT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연산과 저장이라는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에선 챗GPT가 활력소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AI 연구소 오픈AI가 공개한 '챗GPT'가 출시 2개월 만인 지난달 활성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챗GPT 이전에도 다양한 AI서비스나 챗봇이 있었지만 이처럼 인기를 끄는 건 사람처럼 맥락에 맞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 소설이나 곡을 쓰고 코딩을 짤 수도 있을 정도로 인간의 창작력을 흉내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챗GPT로 덩달아 주목받은 건 엔비디아다.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A100' GPU 1만여 개가 챗GPT에 탑재됐다. 엔비디아는 챗GPT 효과를 톡톡히 보며 올들어 주가가 40% 이상 뛰었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에도 챗GPT는 기회의 땅이다. 특히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지능형메모리(PIM)가 핵심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는 초당 819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졌다. 풀HD급 영화(1편당 5GB) 163편 분량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의 A100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HBM-PIM을 개발했다. 기존 GPU 가속기보다 성능이 평균 2배 높고 에너지 소모는 절반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네이버와 AI 반도체 솔루션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가 소프트웨어 회사인 네이버와 손잡고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AI 반도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챗GPT의 확산으로 초거대 AI 시장이 커지면 데이터센터도 확대될 수 있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탑재되는 차세대 D램인 'DDR5'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파운드리) 하는 업체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 TSMC는 지난달에 매출 2천억5천100만 대만달러(약 8조4천억원)를 거뒀다. 이는 지난해보다 16.2%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챗GPT 등에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 주문이 증가하며 TSMC가 예상을 깨고 매출이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은 역성장 예상이 나올 정도로 어둡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5천5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 정도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챗GPT로 주문량이 확대되는 건 물론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챗GPT 같은 AI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성능 HBM과 AI 학습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고용량 서버 D램의 장기적 수요 증가를 예상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개념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AI 챗봇 서비스 분야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앱이 될 것"이라며 "AI 시대에 일어날 기술 혁신의 중심에 항상 메모리 반도체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