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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제가 앞에 설 것"…10년 만에 '부회장' 떼고 재계 1위 '톱'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서 '회장' 승진 의결…컨트롤타워 복원·정기 인사 움직임 '예의주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으로 올라선다. 지난 2012년 부회장 승진 후 10년만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서다.

이날 이사회는 3분기 경영실적을 보고받는 자리지만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안건도 함께 논의했다. 해당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고,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은 별도의 행사 또는 취임사 발표 없이 이날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며 "대신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이해 진행됐던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혔던 소회와 각오를 이날 사내게시판에 올려 취임사를 갈음했다"고 말했다.

앞서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된 이건희 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내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기는커녕 기존 시장에선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그나마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경영진과 세계 각지에서 애쓰는 임직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임직원들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함께 만들기 위해 그 앞에 제가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회장직은 지난 2020년 10월 25일 이 부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 사망 후 2년째 공석이었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작고한 뒤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재판에서 부친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으로, 자신은 부회장으로 남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는 향후 인수·합병, 투자, 지배구조 개편 등 거대 사안을 원활하게 의사결정 하려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필요한 상황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재계에서도 그 동안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회장 승진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이달 초 발표된 3분기 잠정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시장 침체와 글로벌 수요위축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39% 감소한 10조8천5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급락하는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이사회 내부에 많았다"며 "이달 초 발표된 3분기 잠정 실적 때부터 이 회장이 승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현황을 점검하고, 구내식당을 찾았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현황을 점검하고, 구내식당을 찾았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의 승진은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주기에서도 감지됐다. 일부 사장단만 참석한 지난해와 달리 원로 경영진을 포함한 전·현직 사장단 300여 명을 초청하면서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직함은 모두 '회장'으로 변경됐다. 이 회장 보다 젊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미 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또 이 회장은 조만간 사내이사로도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26일 삼성전자 사내이사에서 퇴임한 후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3일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고 공시한 것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은 아직까지 빠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등기임원인 상태로 회장에 취임하면 법적 책임 없이 경영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이 회장이 조만간 사내이사에 오를 듯 하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기점으로 그룹 내 컨트롤타워도 조만간 복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컨트롤타워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대내외적으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이사회에선 이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인 만큼 더욱 안정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그룹을 총괄 기획하는 '컨트롤타워' 재설치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컨트롤타워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산업의 위기와 배터리·바이오 등 신사업 경쟁,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맞으며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승진으로 삼성전자의 정기 인사 방향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라 '성과 보상'과 '초격차' 원칙에 맞춰 오는 12월 초께 대대적으로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부사장급과 상무급 중심으로 임원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의 돌연 사임 등의 영향으로 사장단 인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 취임과 함께 그룹 내 컨트롤타워가 재건되는 것에 따라 인사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며 "한종희 부회장의 연임과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의 역할론도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계에선 이 회장이 빠른 시일 내 '뉴 삼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지도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미래 비전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바이오, 배터리, 6세대(G) 통신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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