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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켜진 韓 기업…이재용·구광모, 사장단 불러 들여 어떤 말 했나


총수들 사장단 회의서 경영 위기 총력 대응 주문…3高에 신규투자 보류·철회도 잇따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속속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분위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 장기화로 수요 산업 및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자 연초에 설계했던 투자 등 경영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등 전시(戰時)에 준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현황을 점검하고 구내식당을 찾았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현황을 점검하고 구내식당을 찾았다. [사진=삼성전자]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2년여 만에 전자·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과 함께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오찬을 함께하며 경영 환경을 체크하고 향후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팹리스 기업 ARM의 인수에 대한 의사를 내비쳤던 만큼, 이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ARM을 314억 달러에 사들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ARM 매각 불발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력한 M&A 후보로 거론돼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멕시코, 영국 등 국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ARM 인수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이번 해외 출장에선 ARM 경영진을 접촉하지 않았다"며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오면 그런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달 29일 CEO, 사업본부장 등 30여 명과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중장기 관점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LG 사장단이 오프라인에서 한 자리에 모인 것은 3년 만이다.

LG 최고경영진은 이번 워크숍에서 고객가치 기반의 혁신 활동 결과에 대해 점검하고, 고객이 체감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 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며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미래 고객이 누구이고, 정말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이 미래 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주)LG 대표가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그룹]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주)LG 대표가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다음 달 'CEO 세미나'를 사흘간 열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번 세미나에선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투자 비용 부담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환율 위기 상황과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은 다음 달 사장단과 전 임원이 참석하는 그룹 경영 회의를 열기로 했다.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현금 중심의 긴축 경영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포항제철소가 태풍 침수 피해로 정상 가동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이 그룹 경영 회의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사장단 회의에 이어 3개월 만이다. 직전 회의는 최정우 회장이 주재했으며, 위기 대응 긴급 대책을 수립하고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인 경제 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금 즉시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한다"며 "각 사별 주요 경영요소들을 면밀히 체크하고, 특히 현금 흐름 및 자금 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사들도 올 초부터 긴급 사장단 회의를 수시로 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

한화그룹 에너지 부문 계열사는 지난 5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중첩되는 대외 불안요소와 관련해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5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권오갑 회장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폭등하자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20% 삭감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생산시설 단지도 [사진=SK하이닉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생산시설 단지도 [사진=SK하이닉스]

위험 신호가 감지되자 설비투자 계획을 보류하는 사례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이사회에서 청주의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3천600억원 규모의 CDU(상압증류공정)·VDU(감압증류공정) 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기업공개를 추진해왔지만 올해 7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상장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투자 중단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공사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비용 상승 등으로 해당 투자 건의 수익성이 악화했고, 향후 원자재 시장 전망에 대한 합리적 예측도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투자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달 7일 1천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물가 상승에 따른 투자비 급증, 원자재 수급상황 악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의 경영 전략 수립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계열사 고위 경영진간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고금리 등의 여파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며 "고환율 역시 원자재를 많이 수입해야 하는 기업들에겐 많이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각 기업들이 사장단 회의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과 경기 불안 상황에서 향후 매출 확대를 어떻게 할 지 고민하는 모습이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금 같은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에 연이어 내놨던 대규모 투자 계획도 향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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