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총력 대응에 나섰다.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https://image.inews24.com/v1/4e6144ead7a284.jpg)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민관합동대응반을 구성해 미국의 IRA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업계 간담회를 열어 미국의 IRA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참여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원팀(One Team)'을 꾸려 미국과의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고, 업계 지원책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IRA의 경우,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EU 등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과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미국의 IRA 법안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에 보조금 지원을 확대했다. 그러나 북미에서 전기차를 생산(최종조립)해야 하고, 그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광물과 부품은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을 조달해야 보조금 혜택을 주기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RA가 발효될 경우 연간 10만여 대의 한국산 전기차의 수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9%)에 올라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1만3천여개 부품업체들도 수출 자질이 불가피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한국 국회와 정부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한미간 경제안보 동맹관계를 고려, 한국산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미국 전기차 수출업체에 대한 법인세 감면, 전기차 수출 보조금 한시적 지원, 국내 보조금 제도 개선 등 자체적인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 국내 생산 위축은 물론 미래차 경쟁력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민관의 적극적인 공동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필요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와 함께 다음 달께 IRA 관련 공동 입장문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최근 긴급히 미국행 출장길에 오른 것도 IRA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정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해 동행한 점에 미뤄봐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DC를 방문해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배터리 업계도 비상 상황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다. IRA가 시행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배터리의 핵심광물 40% 이상은 미국 등 국가에서 조달해야 하고, 2027년에는 비율이 80%까지 높아진다. 또 양·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도 50%는 북미에서 제조된 걸 써야 보조금 혜택이 적용된다. 이 비율 역시 2027년 80%, 2028년 100%로 높아진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국 광물·소재 의존도는 80~90%에 이른다. 국내 업계는 수산화리튬 83%, 코발트 87%, 황산망간 99%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반제품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78.2%에 달하고, 음극재(85.3%)와 양극재(72.5%), 분리막(54.8%)도 50%를 넘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주로 한국과 일본 업체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배터리 소재 관련 공급망은 해외 경쟁사도 유사한 상황"이라며 "보조금 지급 조건 변화가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의 사업경쟁력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글로벌 2차전지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중국 이외 지역으로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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