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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韓, 전기·물 전 세계서 제일 물 쓰듯이 쓰는 나라"


安, 언론인터뷰 발언… 與대변인 등 일각서 반박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기·물 모두 전 세계에서 제일 펑펑 물 쓰듯이 쓰는 나라"라며 "이제는 전기요금도 오르니까 전기를 아껴 쓴다든지 무언가를 찾아 자발적인 시민사회 운동 같은 게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고(高)물가·고금리 등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 등 정부와 함께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인터뷰 내용을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 의원이 무리한 주장을 했다는 글이 다수 작성됐다. 국내 가정용 전력 소비량이 공공상업·산업용에 비해 턱없이 낮은데, 일반 국민이 에너지를 과사용한다는 취지로 안 의원이 말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에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안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했다. 이어 "우리나라 가정 전기는 누진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사용량이 최하위에 속한다"며 "사회 고위층, 특히 정치권이 솔선수범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께 남말 하듯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요청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박 대변인 등의 주장처럼 안 의원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어긋난 것일까.

우선 안 의원의 해당 인터뷰 내용 중 '전 세계 제일'이라는 수식어는 '한국이 전기·물 소비량 전 세계 1위'라는 의미보다는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는 일종의 레토릭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은 '정부에서 먼저 허리띠를 졸라맬 테니 국민도 고통분담에 동참해 함께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국가 전체 전력 소비가 높으니 '에너지 아껴 쓰기 운동' 등 국민통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한국이 해외 주요국 대비 전력 소비량 상위 국가인 것은 사실에 부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하는 '주요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1만878kWh로 OECD 평균인 7천773kWh을 상회했다. 아이슬란드가 5만2천514kWh로 가장 높았고, 미국은 1만2천744kWh였다. 한국은 호주(9천897kWh), 일본(7천935kWh), 프랑스(7천43kWh), 독일(6천606kWh), 이탈리아(5천207kWh), 영국(4천750kWh) 등 주요국보다 높았다.

단, 이는 공공·산업·가정용 등 전력 소비량을 합한 수치다. 가정용으로 한정하면 한국의 소비량은 OECD 평균 이하로 나타난다.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이 급증하는 누진제가 가정용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5년 공개한 IEA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1천278kWh로 OECD 평균(2천355kWh)의 절반 수준이다. 당시 34개 회원국 중 26위에 해당한다. 1위는 노르웨이(7천415kWh)다. 캐나다(4천387kWh), 미국(4천374kWh), 핀란드(4천111kWh) 순이다. 반면 공공상업·산업용 전력 소비량을 합하면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9천628kWh로 OECD 평균(7천407kWh)을 넘어서며, 전체 순위도 8위로 치솟는다.

결국 OECD 상위권 수준인 국가 전력 소비량에 대한 우려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안 의원과, 이를 일반 국민의 가정용 전기 사용량에 대한 지적으로 인식한 박 대변인 등의 주장이 엇갈린 셈이다.

물 소비량은 어떨까. 국제물협회(IWA)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은 280ℓ다. OECD 주요국인 미국(378ℓ), 일본(311ℓ)보다는 적지만 호주(224ℓ), 덴마크(188ℓ), 독일(150ℓ) 등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강수량 대비 높은 인구밀도·가용 수자원량 대비 높은 국내 물 소비 등을 우려해, 국가적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5년 4월 '지표로 보는 이슈'를 통해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천274mm(1973~2011년 평균)로 세계평균(807mm)의 약 1.6배에 해당한다"며 "반면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1인당 연강수총량(2천660㎥) 및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1천553㎥)은 세계평균(각 1만6천427㎥·8천372㎥) 대비 6분의 1수준에 불과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상수도요금(0.66$)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덴마크(3.94$)의 6분의 1, 독일(3.18$)의 5분의 1 정도로 낮은데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높은 편"이라며 "우리나라는 가용수자원 대비 취수량이 40%를 넘는 물 부족국가에 해당한다.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적은데 물 사용량은 높아 효율적인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 등에 비해 물이나 전기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상위권 국가에 들어가는 것은 맞다"며 "그게 '제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포괄적으로 그만큼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으로 (안 의원의 말을)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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