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비상] 진화 나선 고용부 "정년유지형, 항상 위법 아냐"


정부, 입장 설명하고 현장 의견 수렴 나서…임금체계 개편도 준비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노사 갈등이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도 현장 의견 수렴과 설명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위법은 아니라며 임금체계 개편도 시사했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화 판결 후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자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무효인 건 아니다"라며 "개별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은 대법원에서 제시한 판단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A 씨가 임금피크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위반'으로 무효라면서 2014년에 임금차액 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합리적 사유 없는 연령차별은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용산구 크라운제과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운영사업장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법원의 판결은 노사 갈등에 불씨가 되는 형국이다. 일부 노동조합은 사측에 현재 운영되는 임금피크제가 적법한지 설명을 요구했고, 소송 준비에도 착수했다. 난감해진 기업들은 정부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신중모드'를 보이며 노사 양측의 비판을 피해가려했지만 대법원의 무효 판결 8일만에 이번 판시는 특정 사례로 한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의 계기가 된 건 임금피크제 중 '정년유지형'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재고용형, 근로시간 단축형 네 가지로 나뉜다. 이중 정년유지형은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적용 중인 사업장은 대부분 '정년연장형'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이번 법원 판결의 취지가 제도를 운영 중인 여타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고용노동부는 정년유지형이라고 무조건 연령차별이라고 볼 수 없으며, 정년연장형은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정년유지형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임금 삭감에 걸맞은 업무 양·강도의 저감)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이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올해 2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한 이 사건의 근로자는 정년퇴직 전 1년 동안 공로 연수를 통한 근로 면제가 가능했고, 업무 시간 조정도 할 수 있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해당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년연장형은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되지 않지만 명목만 임금피크제일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3일 크라운제과 본사를 찾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위법인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만큼 이번 판례에서 다룬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아이뉴스24DB ]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번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사건 같은 논란은 지속될 수 있다. 정부는 노사간 갈등을 막고 기업 경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정식 장관은 "고령인구 증가, 다양한 근무 형태 확산 등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 장년과 청년, 노동자와 사업주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 체계를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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