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정상 매수했지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샀다는 이유로 매도자로부터 반환 청구 소송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매도가 너무 낮다는 게 소의 이유…거래소 코빗 "시장가, 정상 거래"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18일 우편을 확인하던 중 자신 앞으로 발송된 민사소송 내용증명서를 발견했다. 약 2년 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에서 매수한 비트코인 거래 불복 소송에 관한 내용이었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 10일 12시 47분과 12시 48분쯤 코빗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각각 620만7천500원(1개), 500만원(1.0337604개)에 매수했다. 코빗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상 매수였다. 당시 시가는 약 1천만원 수준으로, 매수인은 50% 가까운 가격에 비트코인을 산 것이다.
그런데 2년 2개월이 지나 비트코인이 당시보다 몇 배나 오른 시점에서 당시 매도인 B씨는 해당 거래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를 사간 A씨에게 차액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매도인 B씨는 변호사를 통해 A씨에게 "위임인(원고)은 본건 거래 당시 코빗 거래소의 긴급 거래정지 통보로 급히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했는데 당시 거래소에 등록돼 있던 매수 물량의 부족으로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하락했다"며 "이에 따라 본건 거래는 당시 거래소 시세인 1BTC 당 약 1천150만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환의 근거로는 민법 제 109조와 제 104조를 제시했다.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대한 착오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법률행위자 일방이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이고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또 법원이 증권사 담당직원이 콜옵션 계약을 0.06에 매도하는 주문을 입력하려다가 실수로 풋옵션을 0.06에 매도하는 주문을 입력한 사안 등에 대해서 법률행위의 취소를 인정하고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한 판례가 있다며 A씨가 사들인 비트코인에 대한 반환을 요청했다.
B씨는 A씨에게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거래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면서 정상 거래를 한 것뿐인데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해 억울하고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거래에 문제가 있다면 거래를 관리 감독하는 플랫폼의 책임"이라며 "정상 거래로 저가에 매수한 사람이 몇 년 뒤 갑자기 올라버린 시세로 변상금 폭탄 소송을 감당해야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에 휘말린 것은 A씨뿐만이 아니다. B씨는 모두 31명에게 같은 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거래소 코빗은 B씨(매도인)와 A씨(매수인)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B씨가 시장가로 매도 주문한 비트코인을 A씨가 구매해서다. 당시 매수 물량이 부족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단시간에 대량 매도 물량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당시 본 건 내용증명처럼 긴급 거래정지 통보는 없었다고 코빗은 설명했다.
또 학계 전문가는 "비트코인 가격은 사겠다는 사람이 적으면 당연히 그에 맞춰 시장가가 형성되고, 오더북이 순차적으로 매칭된다"면서 "매도자가 시장가로 내놓은 비트코인이 수요와 공급의 곡선에 의해서 가격이 매칭된 거라 문제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기에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 역시 "매수 주체가 없으면 사실 가격이 낮아지는 건 매도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어느 가격이든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팔겠다고 해서 시장가로 매도가 된 것을 매수인한테 다시 법률행위로 무효 내지는 취소를 받아내면 매수인 입장에서는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것"이라며 "매도인 입장에서 이를 주장해 인정받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 "코빗, 동의없이 법원에 개인정보 제공"…전문가 "표준약관 공백 탓"
A씨는 거래소 코빗이 어떠한 안내와 설명없이 법원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코빗이 정상 거래 고객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거래 플랫폼을 믿고 거래한 고객이 소송을 당하는데 아무런 보호나 조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코빗은 어쩔 수 없는 정보 제공이었다고 해명했다. 코빗 관계자는 "법원에 문서제출 명령 철회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결국 법원에 고객 개인정보를 제출한 후 고객 개인정보 제출내역 통지 안내 메일을 발송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전문가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법원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해 이용자 보호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으로 표준 약관의 부재를 지목했다.
표준약관이란 사업자나 사업자 단체가 정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약관을 말한다.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이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거래분야에서 '사업자들이 최소한 지켜야하는 거래 규범'을 담아 표준이 되는 약관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법률적으로 어디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가 공정거래법 안에 있으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며 "거래소는 표준 약관에 의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그게 없는 상태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