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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회식 끔찍"…'재택 중독' 직장인, 사무실 근무 움직임에 '퇴사' 욕구 ↑


코로나 방역 완화 움직임에 기업들 속속 출근 재개…"하이브리드 근무 추진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전 9시까지 출근하려고 붐비는 지하철을 또 다시 탈 생각을 하니 끔찍합니다. 회사 사람들과 늦게까지 하던 회식도 이제 다시할 거란 생각을 하니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네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근 점차 완화되면서 재택 근무 체제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2년여간 재택 근무 체제가 자리 잡힌 분위기 속에 일부 기업들이 속속 전면 출근 체제로 전환하자,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민들의 출근길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시민들의 출근길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11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4일부터 전원 재택 근무 체제를 중단하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대면 근무 체제를 적용했다. 그간 서울 지역 등에서 사무직 위주로 재택근무 비율을 늘려왔는데 2년 만에 사무실 복귀를 선언했다. 포스코케미칼·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들도 출근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오는 5월까지 전사 원격 근무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출근 재개 시점을 고민 중이다. 전면 출근 체제로 전환할지, 아니면 탄력적 근무 체제를 도입할지 등도 관건이다.

하지만 최근 본사 직원 4천79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근무 제도 선호도 설문(응답률 76.1%)을 진행한 결과, 필요에 따라 사무실·집에서 일할 수 있는 '혼합식 근무'가 적합하다고 답한 직원은 52.2%, '주5일 재택 근무'는 41.7%로 나타나 재택 근무 해제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게임업계도 전사 재택 체제를 이어가면서도 정부 방침 변화에 따라 근무 체제를 변경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5일까지 자율근무제를 시행한 후 방침을 다시 정하기로 했고, 2주마다 재택 근무제를 연장하고 있는 크래프톤도 정부 지침에 따라 근무 제도에 일부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이다.

게임업계도 전사 재택 체제를 이어가면서도 정부 방침 변화에 따라 근무 체제를 변경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게임업계도 전사 재택 체제를 이어가면서도 정부 방침 변화에 따라 근무 체제를 변경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재택 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시름하고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출퇴근 지옥'과 함께 늦게까지 이어질 회식으로 '저녁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IT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그동안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실적으로도 증명됐다"며 "집에서 일할 때 오히려 업무 효율이 더 높은데 재택 근무를 왜 없애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재택 근무 종료와 회식 재개에 대해 걱정을 쏟아내는 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재택하는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다", "벌써 회식 시작할 기미가 보여 진짜 싫다" 등의 의견을 통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재택 근무 종료와 회식 재개에 대해 걱정을 쏟아내는 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재택 근무 종료와 회식 재개에 대해 걱정을 쏟아내는 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해외에선 재택 근무에 적응된 근로자들이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MS는 지난 2월 말부터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와 실리콘밸리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구글은 지난 4일부터 대부분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토록 했다. 애플은 오는 11일부터 사무실을 개방해 주 1회 이상 출근토록 했다. 또 오는 5월 말까지 주 3일(월·화·목)은 필수 출근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굳이 사무실로 나와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기록적인 퇴직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의 자발적 퇴사자 수는 452만7천 명으로 2000년 통계 이후 최다였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3분기 4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사표를 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MZ세대의 반사회 문화 '탕핑(평평하게 눕다)' 주의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덕분에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소모임 게시판 이름인 '안티워크(antiwork·반노동)' 회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신을 '게으름뱅이(Idlers)'로 부르는 이곳 회원들은 각자의 직장에서 경험한 불합리함을 공유하고 퇴사 계획을 논의한다. 또 퇴사 인증에는 격하게 환영한다. 지난 2013년 8월 14일 개설된 이곳 회원 수는 2020년 10월 18만 명이었으나, 1년여 만에 10배가량 불어난 165만 명대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 대신 재택 근무 체제가 유지되는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은 근로자를 직장에서 분리시키고, 일과 일상 간 보기 드문 적정 거리를 둘 기회를 마련해줬다"며 "직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시민들의 광화문 출근길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시민들의 광화문 출근길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이에 업계에선 재택 근무와 대면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근무 체제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무실 출근을 유도하기 위해선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늘리고 동호회 활동비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기존의 전통적인 사무실 출근 체제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재택 근무가 정착된 데다 거점 오피스·유연근무제 등이 새로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무기한 재택 근무를 도입하기도 했다. 야놀자, 직방, 라인플러스 등은 코로나가 끝나도 원격 근무를 유지하며 '무기한 재택근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SK네트웍스, SK텔레콤 등은 재택 근무를 정식 근무 형태로 인정하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SK텔레콤은 이달 7일 서울 신도림, 일산, 분당 등 3곳에 거점형 업무공간 '스피어(Sphere)'를 운영하며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온라인 문진, 출장, 회의 등과 관련한 내부 방역 지침을 완화하면서도 재택 근무 체제는 당분간 더 유지할 것이란 방침이다. 최근 공지한 사내 방역 지침에서도 기존과 동일하게 재택근무 비율 5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재택 근무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 적용된 인사 제도 개편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 문화에 반대하는 MZ세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재택근무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의 소통 행사에서 "앞으로도 재택 근무를 유지할 것"이라며 "공유 오피스 자율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 방식을 시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확산된 재택 근무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며 "직장 내 비중이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이들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본 후 근무 방식을 서서히 변화시키려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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