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반발에 한 발 물러선 복지부…국민연금 대표소송 운명은


다음달 말 기금운용심의회서 최종 결정키로…경영계 의견 수용 여부 주목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경영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국민연금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기업 경영 부담 가중 등의 우려를 감안해 경영계와 대면회의를 갖고 최종 결정키로 한 것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7개 경제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

양성일 복지부 차관(왼쪽)과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이 20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상장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와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위에 넘기는 내용의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수탁위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대표소송 제기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일관된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기금 자산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회사를 대신해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경영계는 크게 반발했다. 수탁위로 소송 결정 권한이 넘어갈 경우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경제계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7개 경제단체는 이날 간담회에서 양 차관에게 이번 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고, 보건복지부도 경영계의 의견을 일단 받아 들여 당초 계획에서 한 달 정도 미뤄 다음달 말에 최종 논의키로 했다. 다음달 대면회의로 개최되는 기금운용심의회에 경영계도 참석해 공동으로 결정키로 한 것이다. 경영계 측에선 경총과 대한상의, 중기중앙회가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는 공동성명을 통해 "수탁위는 기금운용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와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유인이 매우 높다"며 "실제 기금운용을 담당하며 운용 수익률에 민감한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을 검토해 결정해야 하고,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있다면 기금운용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건전한 목적의 대화를 넘어선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며 "왜곡된 수탁자 책임론에 기초해 끊임없이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며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면 결국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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