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號 출항 앞둔 LS…3세 경영인 가교 잇는다


이달 말 구자열 이어 그룹 총수 올라…사법 리스크·경영 능력 검증은 '과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0년 주기로 사촌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LS그룹이 조만간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체제로 변경된다. 2세대 마지막 총수가 될 구자은 회장은 일찌감치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후 그룹의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디지털 경영' 등을 주도해왔던 인물로, 향후 3세 경영인과 함께 LS그룹의 세대교체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이달 말 정기 인사에서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다. 구자열 LS그룹 현 회장이 지난 2012년 11월 총수 자리에 오른 지 만 9년 만의 교체다.

이번 총수 교체는 LS그룹이 사촌 간 10년 주기로 그룹 회장을 돌아가며 맡는 전통과 구자열 현 회장이 올해 2월 한국무역협회장에 취임한 것이 맞물리면서 이뤄지게 됐다. 무역협회장직은 상근체제에 가까워 그룹 경영과 병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사진=LS그룹]

재계 서열 16위인 LS그룹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泰平斗)' 3형제가 지난 2003년 11월 독립해 출범한 곳으로, 출범 당시 가족경영을 주창하며 '10년 주기 사촌 경영'의 틀을 잡았다.

LS그룹 초대 회장이자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10년간 그룹을 이끌어오며 여러 인수·합병(M&A)과 다양한 혁신활동, 글로벌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계열분리 당시에 비해 매출 4배, 이익 3배, 기업가치를 7배로 늘렸다. 그룹의 재계 순위도 지난 2012년 기준으로 13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총수 자리에 오른 구자열 현 회장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끈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LS전선을 수출 기업이자 세계 3대 전선회사로 도약시켰고,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 스마트그리드 등의 토대를 쌓아 주목 받았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회장은 향후 10년간 LS의 세대교체와 디지털 혁신 과제를 촉진시킬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구자열 회장(1953년생)보다 11살 어린 구자은 회장은 지난 2018년 ㈜LS의 사내이사로 합류한 후 같은 해 LS엠트론의 회장으로 승진, 2019년에는 LS 디지털혁신추진단장을 겸임하는 등 경영승계를 차분히 준비해왔다. 이 때쯤 구자은 회장은 그룹 전반의 업무를 보는 동시에 그룹 대표격으로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차기 회장으로서의 행보를 보여왔다. 승계의 열쇠가 될 지주사 ㈜LS의 지분율은 3.63%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이 오랜 기간 사촌경영 체제를 이어온 만큼 순번에 따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에 이어 구자은 회장이 차기 총수가 될 것이란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던 상태"라며 "구자철 회장의 경우 LS그룹의 가스 계열사인 예스코에서만 몸담은 반면, 구자은 회장은 LS전선과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지주사 LS 등을 다양하게 거쳤다는 점에서 총수 승계 명분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LS그룹이 범 LG가 답게 잡음 없이 사촌경영의 전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임원 인사가 이달 말쯤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이와 함께 회장 교체가 함께 이뤄질 듯 하다"고 덧붙였다.

LS그룹 가계도 [사진=조은수 기자]

다만 구자은 회장은 그동안 경영 능력 부재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전자·자동차 부품 사업을 수년 전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정리했던 것이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힌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2017년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동박과 박막사업부, 자회사인 LS오토모티브를 사모펀드에 패키지딜로 매각해 1조500억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LS엠트론에서 동박과 박막사업부를 사들인 사모펀드는 SK그룹에 동막사업을 1조2천억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사들인 SKC는 동박사업의 호황 덕분에 영업이익이 급증했다"며 "구자은 회장이 미래사업을 판 탓에 LS엠트론의 성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LS엠트론의 실적이 올해 턴어라운드를 할 것으로 보여 구자은 회장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LS엠트론은 북미 중소형 트랙터와 프리미엄 사출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 5천262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거뒀다. 또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적자를 이어왔으나, 올해는 매출액 9천69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LS엠트론의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면서 구자은 회장을 괴롭히던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는 다소 희석됐다"면서도 "다만 LS글로벌과 관련된 '일감 몰아주기'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란 점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S그룹 총수 일가는 2006년부터 약 14년 동안 전기동(동광석을 제련한 전선 원재료) 거래에 LS글로벌을 중간에 끼워 '통행세'를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LS그룹은 공정위와 관련 내용으로 행정소송 끝에 최근 과장금의 70%를 감면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LS그룹 관계자는 "이달 말 임원 인사와 함께 구자은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돼 내년 1월부터 그룹 전반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관련 재판은 승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 [사진=LS그룹 ]

일각에선 이번 그룹 인사에서 구자은 회장과 함께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3세 경영인들이 전면 등장하면서 세대교체 움직임도 가속화 될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LS그룹 내 3세는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구본규 LS엠트론 대표이사 부사장,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등 모두 4명이다.

특히 구자열 LS그룹 현 회장의 아들인 구동휘 전무는 '포스트 구자은' 후보군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3세 중 지주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데 이어 LS네트웍스의 사내이사로도 선임돼 그룹 내 위상이 한층 높아진 상태로,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승진한 지 2년이 지난 구본권 상무도 올해 전무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인 구본규 LS엠트론 대표이사 부사장도 사장 승진이 유력시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의 총수 등극과 맞물려 LS 3세들이 전면 부상하며 그룹 경영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3세들이 그룹 미래성장동력과 직결된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새롭게 맡게 될 경우 향후 승계 과정에서 유리한 여건을 선점하는 이점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일로 LS그룹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며 한층 젊고 빠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구자은 회장이 그동안 계열사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고 애자일(민첩) 경영 기법을 전파해왔던 만큼 앞으로 10년간 LS가 훨씬 더 탄탄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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