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당의 '아전인수'식 민심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많은 유권자가 선택하면 정당은 비로소 세상을 바꿀 동력을 얻는다. 정치인이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을 삼가는 배경이다. 단, 민심을 바라보는 시각은 때로 엇갈린다. 그 민심이 '내' 명줄을 쥔 것인지, 강산이 변해도 '나'를 외면할 것인지 갈라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아닌 동네 저수지에서 뽑힌 선수"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득표율 37.94%로 홍준표 후보(48.21%)와 비교했을 때 약 10%p 밀렸는데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서며 본선 티켓을 거머쥔 데 대한 지적이었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민심을 철저히 외면했다" "국민을 들러리로 세웠다"고 힐난했다. 해당 여론조사 문항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시계를 조금 앞으로 돌려보자. 지난달 10일 민주당 3차 슈퍼위크(국민·일반당원)에서 이 후보는 득표율 28.30%로 이낙연 전 대표(62.37%)에게 대패했다. 누적 득표율 턱걸이 과반(50.29%)으로 결선 투표를 가까스로 면한 게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민주당 표현을 빌리면 이 후보는 경선 막바지 민심의 철저한 외면을 받은 것이다. 단지 '이재명 저수지'에 상당한 '민심 누수'를 버틸 여력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참고로 당시 이 후보의 3차 슈퍼위크 대패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만하지 말라는 국민 메시지(안민석 의원)"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내로남불, 아전인수식 민심 판단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당의 간판부터 제 입맛에 맞게 민심에 반응한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대장동 특혜 의혹 특검 20대 찬성률이 70%를 넘었다는 한 여론조사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만하자"며 자리를 떴다. 지난 6월만 해도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관련 "(여론조사에서) 80~90% 국민이 지지한다"며 "주권자의 의지가 국회 앞에서 막히지 않도록 지도부는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주장했던 그였다.

그뿐인가. 원자력 학계가 주도한 탈(脫)원전 반대 국민 서명은 3년 동안 100만명이 참여했는데 이 후보와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요컨대 대장동 특검에 찬성하거나 탈원전을 반대하는 민심은 '저쪽 표'이기 때문에 투명인간 취급하고, '우리 표'가 될 민심만 살피겠다는 것 아닌가. 당심과 민심을 굳이 동네 저수지와 바다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이미 가두리 양식장에 민주당을 위한 민심만을 담아 기르고 있는데.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