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집에 머물라' 방역 사각지대에 내몰린 사람들


"코로나19 보다 집에 있어야 하는 생활이 더 힘들다"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이 강화되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 있을 수 없는' 소외계층이다. 최근 시민단체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은 소외계층 현장의 어려움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 공론장을 열었다. 아이뉴스24는 코로나19 방역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들의 열악한 환경과 실태를 들여다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개인방역 5대 핵심수칙. 핵심 수칙 중 제1수칙은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이다.[사진=빈곤사회연대]

◆"'집에 머물러 달라'는 방역 지침...우리는 집이 없다"

쪽방촌에 살고 있는 A씨는 정신질환으로 입원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A씨가 거주하는 쪽방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60여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화장실 마저 함께 사용하는 거주지 특성상 쪽방촌 사람들 모두 밀접접촉자로 분류될 수 밖에 없었다. A씨가 자가격리를 요하는 밀접접촉자 통보를 받자 병원은 A씨를 퇴원 조치하고 구급차를 태워 쪽방촌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튿날 아침 A씨는 보호시설로 옮겨졌지만 A씨는 2평 남짓한 방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혹시라도 화장실 가게 될까 봐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는 그는 "서러웠다. 두려웠다"는 말로 그날 밤을 회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는 방역 수칙에 따라 확진자의 동선·접촉 여부로 빈번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A씨처럼 집이 자가격리를 할 만한 곳이 못 되는 사람들에게 자가격리는 두려운 조치다. 집이 없는 홈리스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거처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이들의 임시 숙소인 공공시설 등 공적 공간이 ‘거리두기’를 위해 폐쇄방역 수칙 규정에 따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집에 머물라는 예방조치는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안정적인 주거에서 배제된 집단의 감염별 노출이 가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머물 집이 없는 사람, 집이 안전하지 않은사람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대안마련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이 주거 취약계층 코로나19로 공공시설이 문을 닫고, 요양병원과 시설 등 외출과 면회가 제한되며 공공서비스가 필수적인 이들이 고립되고 있다"며 "‘집에 있으라’는 방역지침은 혹서기 무더위쉼터와 같은 집합공간 대책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집에 머물러 달라'는 방역 지침...우리는 집에서 쉴 수 없다"

집에 머물러 달라는 방역지침이 두려운 사람들은 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다. 고용의 불안정과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미비한 상황은 그들이 아파도 쉴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다. 아산시 비정규직 노동자인 B씨는 4년동안 단 한번도 병가를 쓰지 못했다. 허리수술을 하고도 바로 출근해야했다. B씨는 지난해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야 단체 협상에 보장 된 유급병가 제도로 첫 병가를 쓸 수 있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근무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아산비정규직지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되고 기피하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380여명에 달하는 아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 조합원은 보건소 선별진료소 현장에, 사회복지·아동보호 긴급투입 현장 등 인력난이 두드러지는 곳으로 몰렸다. 특히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그들의 수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처우와 임금을 받는다. 그나마 최근 선별진료소 노동자들에게 비상근무수당이 신설돼 시간당 8천원의 수당을 추가로 받게 됐지만 이마저도 일일 최대 6만원을 넘지 못한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노조 아산시비정규직지회 윤영숙 지회장은 "노조에 가입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프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한다"고 지적하며 "고된 업무 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연대와 협력를 통해 제도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에 머물러 달라'는 방역 지침...우리가 쉬면 다른 가족이 어려워"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던 40대 여성이 양육 부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40대 여성은 7세 발달장애자녀를 키우고 있었고 당시 유서에는 자녀를 혼내는 자신을 혐오하고, 자책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과 6월에는 각각 제주도와 광주에서 발달장애자녀와 그 어머니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8월과 9월에 연이어 10월에도 발달장애인이 아파트 9층 베란다 창문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돌봄 서비스가 중단되고, 사회적 돌봄 기능이 가족에게 전가 되면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발달장애인 및 가족의 건강과 생활조사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지난해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발달장애인의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무려 87%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외부활동이 제약되면서 에너지 발산 및 조절이 어렵고, 수면, 식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은 기존 생활 패턴이 깨지면서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으며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도전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을 전적으로 하루 24시간 지원해야 하는 부모는 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건강 상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시하모니주간보호센터 임상빈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장애당사자이다. 돌봄이 전적으로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지사의 안전도 중요하기 때문에 봉사자들의 도움마저 제한되는 인력부족 상황이다.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재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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