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김래아"…기업 얼굴로 뜨는 진짜 같은 가상인간


MZ세대 노린 기업들, 가상 인플루언서 앞세운 마케팅으로 젊은층과 소통 확대

LG전자의 가상 인간 김래아. [사진=김래아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 친다."

배우 신신애 씨가 지난 1993년 발표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처럼 진짜 같은 '가상인간'이 최근 기업들을 알리는 얼굴로 곳곳에서 발탁되고 있다. 국내 1호 남성 사이버 가수 '아담'처럼 1990년대까진 가짜티가 나며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고도화된 컴퓨터 그래픽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가 접목되면서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기술력이 발전돼 기업들이 이를 홍보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1월 CES 2021에서 23살 여성 음악가 캐릭터인 '김래아'를 선보였다. CES 콘텐츠 안에서 다양한 LG전자 제품을 소개한 김래아는 일회성 캐릭터가 아닌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실제 팬들과 소통하며 꾸준하게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특히 카페 등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실존하는 사람이라고 믿어도 될 만큼 이질감이 없다는 점도 김래아가 주목 받게 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김래아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광고 콘텐츠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기존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차별화된 요소가 다분하다"며 "특히 SNS를 통해 자신이 가상인간임을 자각하고 쓰는 재치있는 글도 많아 친근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호응도 높다"고 말했다.

김래아의 인기는 LG전자가 실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인 덕분이다. LG전자는 김래아를 개발할 당시 모션캡처 작업을 통해 7만여 건에 달하는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을 추출했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3D 이미지를 학습 시켰다. 목소리와 언어 역시 4개월 여간 자연어 정보를 수집한 뒤 학습 과정을 거쳤다.

LG전자 관계자는 "김래아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선 방향성을 잡고 있는 중"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지금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로 발탁된 가상인간 '로지'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이달 초 새 브랜드 광고를 선보인 신한라이프에도 눈길을 끄는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TV와 SNS에 공개된 광고에선 20대 초반의 앳된 여성 모델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와 젊은 층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를 본 MZ세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광고는 유튜브 공개 6일만에 조회수 69만 회를 돌파했다. 덕분에 금융권 최초로 가상인간을 TV 광고에 활용한 신한라이프로선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가상모델은 '로지(Rosy)'로,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지난해 8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을 모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3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처럼 활동하다 작년 12월에 가상인간임을 공개했다. 가상인간이라는 것을 밝히기 전까지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에선 '루이 리'도 화제다. 얼핏 사람처럼 보이는 루이 리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촬영한 동영상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제작된 가상인간이다. 노래와 춤이 특기인 22세 여성 인플루언서란 콘셉트를 앞세워 각종 팝송 커버 영상을 올리거나 일상 속 브이로그를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 중이다. 루이 리는 온라인 쇼핑몰 '생활지음'의 모델로 발탁돼 활동 중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해외에선 '릴 미켈라(Lil Miquela)'가 가장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지난 2016년에 만든 릴 미켈라는 가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등을 합해 50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확보했다. 캘빈클라인·샤넬 등 명품 브랜드 모델로도 활동한 릴 미켈라는 한 해 수익만 1천170만 달러(약 1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 버추얼 슈퍼모델로 설정된 '슈두(shudu)'도 발망과 티파티, 디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슈두는 영국 사진작가 캐머런 윌슨이 3D 입체 기술을 활용해 만든 버추얼 휴먼이다. 일본에선 '이마(imma)'라는 가상인간이 활동 중으로, 이케아 히라주쿠점 광고 모델로 등장해 주목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각 기업들이 가상인간을 앞세워 홍보 활동에 나선 것은 MZ세대가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이들과 기업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고 있어서다. 또 일부 연예인처럼 구설수에 올라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없는 데다 홍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관련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비지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쓰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 달러(9조1000억원)에서 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늘어난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가상인간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인간의 정교함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며 "MZ세대들이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게 된 만큼 기업들이 이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을 앞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