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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고리 회사에서 무선결제 전문회사로...박경양 하렉스인포텍 사장


 

"모바일 금융 확산에 '올인'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들의 목표는 IBM에 합병당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IBM이 인수한다는 것은 자사의 기술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마케팅력을 갖춘 IBM이라면 그 기술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목표를 가진 벤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사장은 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하렉스인포텍은 지난해 12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로부터 공동으로 투자를 받았다. 이통 3사가 하렉스인포텍에 투자한 금액은 81억원으로 이 회사 지분의 51%에 해당한다.

국내 벤처기업중 이통 3사로부터 동시에 투자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업계 관행상 유일무이한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하렉스인포텍은 휴대폰을 이용해 음식점에서 결제하거나 은행의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하렉스인포텍의 기술은 사실상 국내 표준이 된 셈이다. 또한 이동통신 3사의 모바일 금융 및 결제 방식이 호환됨으로써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관련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경양 사장은 처음부터 모바일 결제 분야에 몸담은 것은 아니다.

박 사장은 육사 39기 출신으로 83년 임관했다. 박 사장은 육군 전산장교를 지내다 미국 앨러바마 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육군본부 예산처장 보좌관을 지냈다. 90년에는 육군사관학교 경제경영학과 교수를 맡기도 했다.

그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3년. 첫 시작은 무역업이었다. 회사이름은 '최고를 위한 열정(Heart for Excellence)'를 뜻하는 하렉스(Harex)로 지었다.

처음 수출품은 열쇠고리였다. 필립모리스에 직접 디자인한 가죽 열쇠고리를 제안해 성사시켰다. 이 제품으로 하렉스는 6개월간 700만개를 수출했다. 연이어 95년에는 말보로에도 열쇠고리 수출에도 성공했다. 이외에도 그는 봉제 인형에서부터 자전거까지 수많은 아이템을 수출했다.

그러던 중 97년 12월 미국 모빌주유소에서 RF칩을 내장한 열쇠고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주유기에 열쇠고리만 대면 바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스피드패스(SpeedPas) 프로젝트였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박경양 사장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유소에서 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무선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주로 데이터 통신용으로 사용되던 적외선 통신 규격은 신속성과 보안성이 요구되는 금융지불결제 규격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박 사장은 한국의 주유소나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서 고객이 차안에서 앉은 채로 3~5미터 떨어진 수신부까지 혼신 없이 안전하게 결제 정보를 송신할 수 있는 최적의 통신 수단은 적외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급속하기 가입자가 늘고 있는 휴대폰을 주목했다.

박 사장은 적외선을 이용한 휴대폰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바로 세계 100여개국에 암호기술 특허와 비즌니스 모델 특허 25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2000년 하렉스인포텍을 설립했다. 하렉스는 친구에게 넘기고 박 사장은 모바일 금융 사업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 4월 미국 산호세 실리콘 밸리의 아이파크(I-PARK) 개소식에 적외선을 이용한 휴대폰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인 '줍(ZOOP)'을 세계 최초로 전시할 할 수 있었다.

박 사장은 이자리에서 AMBEX벤처투자의 이종문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하렉스 방식이 결제 페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사업이지만 신용카드 결제인프라, 은행, 카드사, 이동통신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어려운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와 이동통신사, 백화점 등을 꾸준히 설득하고 적외선 통신 금융결제 규격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면서 사업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02년 4월 성남시에서 성남시청, LG텔레콤과 공동으로 적외선을 이용한 'UMCS(Ubiquitous Mobile Commerce Service)' 상용화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하렉스인포텍은 2003년 9월에는 KTF, LG텔레콤과 공동으로 모바일지불결제 사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제휴로 KTF와 LG텔레콤은 휴대폰 및 리더기(동글)에 하렉스인포텍의 적외선금융통신규격인 IrFM V1.0을 탑재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IrFM V0.91을 사용하던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간 동글이 호환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SK텔레콤이 44만개, KTF가 10만개, LG텔레콤이 2만개의 가맹점에 동글을 설치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3사는 2004년 3월 동글을 호환하기로 합의하고 하렉스인포텍에 공동 투자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중간에 여러차례 난관이 있었지만 결국 2004년 12월 3사는 공동 투자를 결정했다.

박 사장은 이동통신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지분이 크게 줄었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그 동안 모바일 금융 비즈니스는 카드사, 은행 등 금융권과 이동통신사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발전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

박 사장은 "하렉스인포텍은 금융권과 이통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며 "금융과 통신을 모두 이해하는 내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양 사장에게 주어진 숙제는 소비자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통신과 금융,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던 일을 이루어 냈습니다. 앞으로도 어렵지만 해낼 것입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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