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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들의 이름으로', 반성 없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는데, 가해자는 아무런 말이 없다. 피해자를 외면한 지 어언 40년이 지났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영화에서라도 경종을 울린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다.

이날 개봉한 '아들의 이름으로' 속 오채근(안성기)은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파랑새를 발견하고 다시 삶의 의지를 다잡는다. 아들에게 건 전화지만 받았는지 알 수 없고 "네가 말했던 그것을 이제 하려고 한다"며 나선다.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허름한 반지하에 혼자 거주하는 오채근. 대리운전 기사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왕년의 '투스타'였던 박기준(박근형)과 마주한다. 박기준 앞에선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눈엔 살기가 서려 있다. 오채근의 서사가 정확히 그려지지 않으나 그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다.

의뭉스럽게 시작한 영화는 온통 베일에 싸여있다. 오채근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들과의 통화는 왜 일방적인지, 광주 민주항쟁과 그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박기준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극이 전개되면서 껍질이 하나, 둘씩 벗겨지듯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

데뷔작 '부활의 노래'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이정국 감독은 20여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아 다른 색의 영화인 '아들의 이름으로'를 탄생시켰다. 그의 이번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던 '26년', '화려한 휴가', '꽃잎' 등과는 명확히 다른 노선을 그린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른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정국 감독은 영화를 보다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실존 광주 시민과 영화 속 장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영화의 70% 이상이 광주 현지에서 촬영됐으며 극에서 등장하는 조연과 단역 배우들도 광주 시민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추구한 영화를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한다.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아들의 이름으로’는 소크라테스의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명언을 관통한다. 40년이 지나도록 고통을 호소하는 자들,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민주항쟁 당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지금까지 찾는 아버지의 모습과 떵떵거리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영화에서 핵심 반전이 드러나고 나서야 이성국 감독이 영화를 통해 가해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영화의 주연으로 나선 안성기는 이정국 감독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초장부터 미스터리하게 등장하는 오채근의 세밀한 표정을 살려내 가히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극에서 짧게 등장하는 액션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저예산 영화에 선뜻 참여한 윤유선, 박근형, 김희찬 등도 열연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영화의 주제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리얼리티를 추구로 연기에 능통한 배우보다는 광주 시민을 영화에 참여시켜 연기에 대한 몰입도는 떨어질 수 있으나 이야기 완성도만큼은 훌륭하다. 올드한 연출로 가끔 아쉬움을 자아내는 몇 장면이 등장하지만, 저예산 영화임에 충분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지난해 광주 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이해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봉이 약 1년간 늦춰졌다. 의도치 않게 41주기에 대중과 만나게 됐으나 여전히 영화의 뜻은 변함없고 강한 경종을 울린다. 러닝타임 90분. 12세 관람가.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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