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사의 애니월드]당신의 에로틱한 상상력을 위해


 

스팸 메일들을 지우다보면 대출, 9천900원 쇼핑몰, 성인 사이트가 가장 흔하게 눈에 띈다. 이 가운데 제일 오랜 무차별 발송의 역사를 자랑하며 민망한 사진으로 도배된 무수한 새 창 띄우기의 피해를 남기는 것은 단연 성인 관련 메일이다.

아무리 걸러내도 그렇게 많이, 줄기차게 보내는 것은 남몰래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일터이다. 상업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런 인기 테마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비난받는데 가장 큰 원인 제공을 한 성인 등급, 통칭 18금 OVA의 엄청난 물량 공세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애 묘사의 충격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워낙 많은 작품들이 나오는 중에서 한 장르를 구성하는 것일 뿐 이를 두고 전체를 매도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비츄''모모이로 시스터즈' 같은 작품들은 농도 짙은 성적 담론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유쾌한 코믹성과 지나친 음란성을 비껴간 설정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에비츄는 주인님과 남자 친구의 뜨거운 밤일을 위해 온갖 테크닉을 조언하는 맹랑한 햄스터.

음담패설의 향연이나 다름없는 언어유희로 가득한 이 작품은 주인님에 대한 과잉 충성심과 자신의 에로틱한 에너지 분출로 무수한 매를 버는 햄스터 에비츄의 고난사가 자아내는 폭소로 꽉 차있다. 단순한 그림체의 작품이지만 성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론만 훤히 꿰고 있는 햄스터의 주인님 실전 테스트라는 독특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도색자매'가 되는 '모모이로 시스터즈'는 솔직 담백한 성적 고민을 다루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본과의 문화 차이겠지만 고등학생이 되도록 숫처녀인 주인공과 그런 동생의 처녀 딱지 떼기에 큰 관심을 보이는 언니의 남자 섭렵 노하우 전수 에피소드들은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세밀한 구석이 많다.

남자 친구로부터 사인(?)이 왔을 때 ‘겨드랑이 제모는 했었던가? 하필 오늘 속옷을 세트로 안 맞춰 입었는데...’ 하는 생각부터 드는 여심을 속속들이 보여주니 엉큼한 애니메이션은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을 깨는데 크게 일조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감칠맛 나는 대사와 누구나 한번쯤 펼쳐보는 에로틱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각종 설정이야 말로 이들 작품의 인기 비결이다. 양지로 끌어낸 성적 담론이 너무 무겁지도, 저질스러울 정도로 외설적이지도 않지만 은근히 자극적인 묘한 균형. 바로 균형 감각을 살린 기획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송로사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minmay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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