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5년 5월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수장이 바뀐다.
인텔은 "지난 1998년부터 인텔을 이끌어온 크레이그 배럿이 물러나고 폴 오텔리니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을 차기 CEO로 지명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오텔리니 사장은 내년 5월18일 있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은 후 인텔의 5번째 CEO로서 공식 임무를 시작하게 된다. 크레이그 배럿 CEO는 회장으로 승진한다.

오텔리니 사장은 1968년 인텔 창립 이후 최초의 비(非) 엔지니어 출신 CEO가 될 전망이다.
앤드류 그로브 현 회장은 "배럿이 완벽한 기술전문가라면 폴은 완벽한 사업전문가다. 적절한 시기에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두 사람이 팀을 이루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폴 오텔리니 차기 CEO는 1974년 인텔에 입사했다.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품 그룹 총괄이사를 맡아 일하던 그는 이후 1998년까지 제품 마케팅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배럿 CEO가 취임한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아키텍처 그룹 부사장 겸 총괄이사로 일했다. 이후 2002년 1월부터 사장 겸 COO를 맡아 일하고 있다.
◆오텔리니가 넘어야 할 산
크레이그 배럿 체제에서 폴 오텔리니 체제로 전환될 2005년 인텔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8월 C넷과 가진 인터뷰에서 폴 오텔리니 사장은 "(내가 CEO가 된 후에도)인텔은 예전의 인텔 그대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기술자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걱정하는 주변의 지적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인텔에서 일하는 30년 동안 금융관련 부서에 있었던 것은 겨우 5~6년 뿐이고, 나머지 기간에는 줄곧 제품 개발이나 판매, 마케팅 부문에서 일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여느 기술자 못지 않게 제품 기술에 깊이 관여해 왔다는 뜻이다.
그는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인 변화를 약속하고 있다. 세계 PC시장 80% 이상의 칩을 맡고 있는 선두 업체의 기업이미지를 지키고 싶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물론 오텔리니 사장이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텔이 직면한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세계적인 칩 수요 경기는 점점 침체를 걷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AMD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제품 개발 계획도 순조롭지 않다. 올 초 인텔은 노트북용 프로세서 펜티엄 M과 칩셋의 출시를 연기한 바 있다. 지난 1분기에는 그란츠데일용 칩셋을 출시해 놓고 제조상 실수를 이유로 리콜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4기가헤르츠 펜티엄4칩의 개발을 포기했고 10월에는 디지털 TV용 칩 개발 계획도 접는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계속 프로세서 로드맵이 틀어지면서 인텔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도 차갑게 식었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아담 파커 애널리스트는 "오는 2005년 인텔 매출은 5%에서 6%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치고, 순익 역시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인텔의 중요한 변화를 주도한 이가 오텔리니라는 점에서, 그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서는 일단 희망을 걸고 있다.
실제로 오텔리니는 칩 성능 문제에 대해 "전력 소비 문제를 일으키는 클럭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캐시메모리에 신경쓰자"고 제안하면서 4기가헤르츠 펜티엄4칩 출시를 취소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제품라인을 듀얼코어로 전환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오텔리니는 "듀얼코어로 전환은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도약을 알리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 선두에 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기술 '플랫폼'을 강조하며 칩 하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품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트북용 센트리노 기술 플랫폼이다.
이제 그는 인텔의 영향력을 개발도상국 및 하드웨어 시장으로 확대해 가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CEO를 맡게 됐다. 지금까지 굵직한 인텔의 변화를 주도했던 그가 CEO직을 넘겨받은 후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오텔리니 차기 CEO는 1950년 10월 태어났다. 1972년 샌프란시스코대학 경제학과를 졸업, 1974년 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