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아지매의 봄날은 온다…700m 산중 누비는 '나는 자연인이다'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마치 겨울왕국에 온 듯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해발 700m의 첩첩산중, 혹독한 겨울 추위 속 자연인을 찾아 나선 윤택, 이윽고 발견 된 계곡 얼음 위에 엎드려 있는 한 사람. 숨죽여 다가가서 보니 마치 토끼가 옹달샘 물을 먹 듯 엎드린 채 계곡물을 마시고 있는 정체불명의 그는 과연 자연인이 맞을까. 멀리서 볼 땐 분명 남자의 모습이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꽃신이며 분홍색 귀마개까지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안연자 씨였다. 이 험한 산중에서 사시사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1시간 거리의 계곡으로 물을 마시러 온다는 자연인. 도시에서 일 할 때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자연인을 낫게 해준 약수라 믿기 때문이다.

6일 방송되는 MBN '나는 자연인이다'는 푸근한 인상, 유쾌한 입담은 물론 해맑게 웃는 미소가 마치 소녀 같은 수줍음과 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자연인, 안연자(68세) 씨가 주인공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안연자 씨 [MBN]

6년 전, 갑작스러운 남편의 폐암 선고. 길어야 6개월이라는 의사의 말에 좌절할 새도 없이 남편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고향 산에 들어오게 됐다. 공기 좋은 산중에 살며 항암 효과가 있는 약초를 먹으면 호전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지극정성 남편을 돌봤지만 결국 1년 뒤 남편은 떠났고, 자연인은 홀로 남아 산중생활을 하게 된 것. 남편의 병 때문에 시작한 산 생활, 남편이 떠난 뒤 자식들은 다시 도시로 나오라고 권유했지만 자연인은 난생 처음 인생의 휴식 같은 시간을 준 산중에 남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평생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산에 살며 그녀 인생 처음으로 갖는 휴식시간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독하게 가난한 시골에 7남매 중 둘째딸로 태어나 학업보단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산을 오가며 나물, 약초를 캤었다는 자연인. 생활력 하나는 타고 났던 자연인은 돈을 벌기 위해 어릴 때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7남매에 부모님, 외할머니까지 열 식구나 됐던 자연인의 가족들. 입이라도 하나 덜고자 아버지는 자연인의 중매를 섰고, 그렇게 18살 어린 나이에 쫓기듯 12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됐다.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모든 게 자신의 운명이라 여기며 남편과 피땀 흘리며 농사를 지었지만, 남의 논을 빌려 농사를 하다 보니 수익은커녕 빚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 어린 4남매에게 가난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자연인, 자신의 생활력 하나만 믿고 20대 중반,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시작하게 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온 동네를 누비며 방문판매를 한 덕에 주변에선 ‘백 바퀴 아줌마’란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 산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40년 가까이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한 덕분에 자식들 대학 공부는 물론 결혼도 시킬 수 있었다.

늘 유쾌하고 씩씩한 자연인이지만 장사를 하다 보면 별의 별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 마련. 소금을 뿌려대는 손님을 보고도 열심히 살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꾹 참고 일했으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50대 중반, 풍에 걸리게 됐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문득 멈춰 서서 거울을 보니 열심히 살았는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닥쳤나 세상이 원망스러웠던 것도 잠시,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산을 다니며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마시고, 어릴 때 약초 캐던 노하우로 혈관 건강에 좋은 약초들을 채취해 달여 먹게 됐다. 무엇보다 마음의 짐을 덜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다보니 풍은 많이 좋아졌고, 자신의 건강을 호전시켜준 어릴 때 살던 고향 산에 살고자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

비록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갑자기 시작된 산 생활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는 자연인이 된 안연자 씨. 어릴 때 산골에 살던 경험이 한 몫 하는 셈. 여느 남자 못지않은 힘을 가진 자연인의 도끼질 한 방이면 장작이 쪼개진다, 산행은 식은 죽 먹기라는 자연인은 겨우살이며 자연산 느타리버섯, 잔나비걸상 버섯 등을 채취해 가족들의 건강에도 신경 쓰고 있다.

왕년에 잘 나가던 방문 판매원이었던 자연인은 피부와 염증, 항암에 효능이 있는 유근피(느릅나무 뿌리 껍질)를 달여 물처럼 마시는 건 물론 세수와 마사지까지 하며 피부 관리를 한다. 덕분에 윤택 씨도 산중에서 유근피 마사지를 받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고로쇠 물로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은 자연인의 보물이나 마찬가지, 특히 10년 된 막장으로 끓인 시래기 국의 구수하고 깊은 향이 일품이다.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언 계곡은 자연인의 전용 썰매장이 된다. 윤택 씨에게 그녀만의 썰매 잘 타는 노하우까지 전수해준다.

자연과 동화되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인생의 따뜻한 봄날을 맞이했다는 자연인 안연자 씨의 행복 이야기는 이날 밤 9시 50분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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