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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 폐막] 일상 확 바꾼 'AI·로봇'…미래산업 축소판


산업경계 허문 '합종연횡'…곳곳서 잇단 제휴 발표

[라스베이거스=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이달 8∼11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는 수년 내 산업의 지각변동을 체감한 미래 산업의 축소판이었다. CES 곳곳에서는 AI(인공지능)와 로봇을 화두로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예고한 혁신적인 기술이 대거 공개했다.

AI와 로봇 기술의 두 개 축이 만나는 정점은 라이프 스타일의 파격적인 변화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 초 열리는 'CES 2020'의 화두는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로봇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곳을 찾은 글로벌 기업들의 CEO(대표이사)들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변화의 바람을 몸소 체감했다.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 처럼 말이다. CES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AI와 로봇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적과 동침도 불사하고 있는 배경이다.

◇ AI, 라이프 스타일 변화 주도

올해 열린 CES에는 155개국에서 4천500개 기업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세계 최초의 신기술 경연장이었다. 관람객도 역대 최대 규모인 18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AI 기술은 2019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AI기술은 아마존 AI 플랫폼 '알렉사'와 구글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에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 한 삼성전자의 '뉴 빅스비(New Bixby)', LG전자의 'LG 씽큐(ThinQ)'까지 가세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19'를 찾은 관람객.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19'를 찾은 관람객.

AI 적용 제품과 기술력도 하루가 다르게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처음 적용 대상은 스마트폰에서 단순 작동 기능에 불과했지만, 이번 CES에서는 대부분의 가전뿐만 아니라 자동차 영역까지 확장했다. 사실상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기기에 AI기술을 적용하면서 수년 내에 라이프 스타일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CES 개막 직전 데이비드 림프 아마존 디바이스 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은 미국 IT전문지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아마존이 판매한 알렉사가 탑재된 전자기기는 약 1억대 이상"이라고 했다. 기기 종류는 150종에 이른다고 했다.

구글도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기기가 이달 말까지 10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CES 참가 업체 중 가장 넓은 3천368㎡(약 1천21평)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한 삼성전자는 독자 AI플랫폼 '뉴 빅스비'를 중심으로 한 ‘커넥티드 솔루션(Connected Solution)’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19'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19'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

'뉴 빅스비' 가 탑재된 AI 스피커 '갤럭시 홈'은 집 안의 여러 기기들을 더욱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마트 TV나 패밀리허브 스크린 등을 통해 음성뿐만 아니라 시각화된 정보까지 결합시켜 더욱 풍부한 AI 경험을 제공했다.

'패밀리허브'는 매년 진화하는 AI기술을 적용해 4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2019년형 패밀리허브는 '뉴 빅스비'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기기 안에 탑재되어 있지 않은 제 3자 서비스까지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주는 '스마트 뷰(Smart View)' 기능도 단순 미러링이 아닌 앱 제어 등의 조작까지 가능해졌다.

'CES 2019'에 마련된 LG전자 부스.
'CES 2019'에 마련된 LG전자 부스.

LG전자의 AI브랜드 LG 씽큐 역시 단순히 명령어에 따라 동작하는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어 고객 맞춤형으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경험 확대와 최상의 성능 유지를 위한 능동적인 제품관리,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 제공 등이 핵심이다.

‘LG 씽큐’가 제공하는 자연어 음성인식도 대폭 강화됐다. LG 인공지능 TV는 이전 대화의 맥락을 기억해 연속된 질문에도 답변한다. 사용자가 리모콘의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물은 뒤, “내일은?”이라고 연속해서 질문하면 내일 날씨를 알려준다.

CES 현장에서 만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AI 기술을 적용해도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탑재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은 힘들어졌고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일상 바꾸는 로봇…속속 출시 예고

이번 CES에서 인산인해를 이룬 곳 중 하나가 로봇 전시관이다. AI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올해 CES에서 공개된 로봇만 1천여 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AI 프로젝트로 개발된 삼성봇을 공개하며 연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로봇은 삼성봇 케어(Care)∙에어(Air)∙리테일(Retail) 등 헬스와 라이프 케어 분야다.

'CES 2019'에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의 삼성봇(Samsung Bot).
'CES 2019'에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의 삼성봇(Samsung Bot).

삼성전자 AI센터장 이근배 전무는 "'삼성봇(Samsung Bot)'은 건강·환경 등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시대에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봇 케어’는 실버 세대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사용자의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복약 시간과 방법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도 관리해 준다. 갑작스러운 낙상, 심정지 등 위급 상황을 감지하면 119에 긴급히 연락하고 가족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삼성봇 에어’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공기질 센서와 연동해 집안 공기를 관리한다. 센서와 연동을 통해 집안의 오염된 위치를 파악하고 로봇이 그곳으로 이동해 미세먼지 등을 청청 관리한다. ‘삼성봇 리테일’은 쇼핑몰이나 음식점, 상품매장 등 리테일 매장에 맞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고객과 음성, 표정으로 소통하면서 상품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도와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사장)은 "로봇사업을 하려면 제일 중요한게 AI 기반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플랫폼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보인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이번 CES 2019에서 공개하지 않은 로봇 제품이 먼저 상용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CES 2019'에 공개한 LG전자의 클로이 수트봇(CLOi SuitBot).
'CES 2019'에 공개한 LG전자의 클로이 수트봇(CLOi SuitBot).

2년 전부터 로봇을 상용화한 LG전자는 이번 CES 2019에서 산업현장, 상업공간, 물류시설 등에서 사용자의 허리근력을 보조하는 '클로이 수트봇(CLOi SuitBot)'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연내에 '잔디깎기 로봇'을 출시할 계획도 밝혔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CEO) 부회장은 "로봇사업은 크게 청소기·학습용 등 생활로봇, 공항 등 공공로봇, 공장 자동화 등 산업로봇, 장애인이나 노동자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로봇, 엔터테인먼트 등 펀 로봇 등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며 다양한 분양의 로봇사업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조 부회장은 "잔디깎기 로봇은 다 완성이 됐고, 곤지암 골프장 등에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곧 출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CES 2019'에 네이버가 출품한 5G 브레인리스 로봇 제어 기술의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
'CES 2019'에 네이버가 출품한 5G 브레인리스 로봇 제어 기술의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

처음 CES에 데뷔한 네이버도 품목은 로봇 기술이다. 네이버가 출품한 5G 브레인리스 로봇 제어 기술이 적용된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와 AR 실내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G(AROUND G)'의 시연 시간엔 관람객들이 몰려 안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 기업들도 로봇 사업에서 속도를 냈다. 일본 소니가 제작한 가정용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CES 기간 내내 가장 인기를 끈 로봇이었다. 부엉이 모양의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중국 링테크의 '루카' 로봇은 앞에 놓인 책 페이지를 인지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중국 도그니스의 '아이펫 로봇'은 반려인이 없을 때 강아지의 사료를 대신 챙겨준다.

◇ 산업 지각변동 초읽기…각자도생 아닌 합종연횡 선택

이번 CES에서AI와 로봇의 기술 진일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탄생을 예고한 대목이다. 과거 처럼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 하나로 승부하는 시대가 사실상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앞으로 5년 내에 전자업계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며 "'삼성 퍼스트 룩'도 그렇고 8K TV, 빅스비도 AI 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동안 각자도생을 추구했던 기업들의 전략에도 큰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스마트 TV에 구글·아마존과 클라우드 연동을 통해 AI 생태계를 확대했고, 애플의 아이튠즈 앱을 애플 이외 기기에 처음으로 탑재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 TV에 구글·아마존과 클라우드 연동을 통해 AI 생태계를 확대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 TV에 구글·아마존과 클라우드 연동을 통해 AI 생태계를 확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도 "소비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편리함을 줄 수 있다면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어떤 업체하고도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행보는 더 컸다. 지난해 구글어시스턴트에 이어 올해 아마존 알렉사, 애플과 연동가능한 가전제품을 잇따라 내놓은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SW를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CES 기간 중 LG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스타트업 랜딩에이아이(Landing.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랜딩에이아이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구글브레인(Google Brain)을 공동 설립해 음성인식기술 개발을 주도한 앤드류응이 스타트업 한 기업이다.

LG전자-네이버 간 로봇사업 제휴.
LG전자-네이버 간 로봇사업 제휴.

이와 함께 LG전자는 ‘클로이 안내로봇(CLOi GuideBot)’에 네이버의 고정밀 위치·이동 통합기술플랫폼인 ‘xDM(eXtended Definition & Dimension Map)’을 적용해 로봇주행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추후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SK그룹도 협력 모델 구축에 발벗고 뛰었다.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주요 계열사 4사(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C)가 올해 처음으로 공동부스를 꾸렸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현대·기아차,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해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부스를 함께 둘러봤다.

또 박 사장은 SM엔터테인먼트(SM)와 5GX 컬래버레이션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5G X 넥스트 엔터테인먼트'가 마련된 공동 부스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협력 모델을 얘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사진 우측)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사진 우측)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자율주행차에서도 합종연횡의 결과물이 전시됐다. 아마존과 구글 부스에서는 음성 인식 기반의 AI 플랫폼이 장착된 차가 전시됐다.

현대·기아차는 스위스 기업 웨이레이의 세계 최초 홀로그램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술을 탑재한 차량 제네시스 G80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웨이레이는 홀로그램 증강현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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