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그룹이 최근 디자이너들의 잇따른 퇴사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서 보듯 최근 들어 디자인이 스마트폰의 최대 경쟁 요소로 부각된 상황이어서 이같은 관련 인력 이탈 배경 및 이에 따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속 스마트폰 디자인 담당 임직원들이 최근 몇개월 사이에 10여명 이상 잇따라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상적인 기업 인력 변화 등의 수준일 수 있지만 퇴사자 중에는 과거 피처폰 시절부터 삼성 휴대폰의 디자인을 담당해온 핵심 인물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잇단 인력 이탈로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
삼성전자 관계자는 "퇴사한 임직원이 늘면서 그룹내 사기가 떨어지고 퇴사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기술 유출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팎에서 이같은 인력 이탈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우선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자연스러운 인력 교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인 휴대폰 디자인과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의 디자인이 많이 바뀌어서 기존 인력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인력교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전면을 대부분 차지하면서 단순하고 획일적인 디자인이 강조된 점과 하드웨어보다 부품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더 중요해진 것 등이 그런 예다.
한편으론 삼성전자 디자인 인력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삼성전자의 초기 스마트폰 디자인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다. 창의적이기보다는 앞선 제품을 빠르게 따라잡는 게 우선이었던 것.
삼성과 애플의 미국 내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에서 보듯 삼성전자가 디자인그룹 직원들에게 '아이폰 벤치마킹'을 주문하면서 창의성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들의 반발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카피캣'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삼성 디자이너들이 절망감을 갖게 됐다는 것.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7월 디자인 담당자들과 발레 공연장을 찾기도 하고 '소송에 흔들리지 말라'며 격려했다는 후문. 당시는 삼성전자가 미국 법원의 지시로 애플과 협상에 나설 때여서 디자인그룹에 한참 관심이 집중될 때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일부 인력 이탈은 있었지만 그 배경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퇴사한 디자인 인력은 15명 이하로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며 "퇴직 사유 또한 육아, 이직, 창업 등 개인적 이유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용 사장이 디자인 부서를 방문하는 등 직접 챙기고 나섰다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전체 스마트폰 디자인 인력규모나 퇴사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디자인 업무의 경우 인력의 숫자보다 핵심 인력 몇몇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을 만큼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주요 인력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단히 볼 일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