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규제 직면한 게임사들…자율규제 '강화'로 응수

확률형 규제 직면한 게임사들…자율규제 '강화'로 응수

"독소적인 법" 한목소리…이용자들은 '규제 환영' 여론

[문영수기자]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게임업계가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협회장 강신철, 이하 K-IDEA)는 정치권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게임산업의 성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독소적인 법으로 보고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이같은 노력이 실효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1년간 게임업계가 시행해온 자율규제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용자들이 등을 돌리는 반응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게임업계는 시장과 이용자들의 신뢰까지 회복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지난 4일 여야 정치권이 게임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세부 정보와 습득률 등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것과 관련, K-IDEA 측은 "(확률형 아이템은) 입법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게임산업의 성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독소적인 법안"이라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시행 1주년을 앞둔 자율규제를 확대 강화하는 방안을 내부 고민 중"이라면서 "관련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K-IDEA는 지난달 30일 각 회원사 관계자들이 모여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및 자율규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지난달 29일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지 하루 뒤 열린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들의 수익모델에 대한 직접 규제는 현재의 전반적 규제 철폐 기조와 맞지 않다"면서 "확률형 아이템 확률값은 각 회사들이 보유한 노하우이자 대외비로 이것을 법적으로 공개를 강제할 경우 중국 등 해외 업체가 이득을 얻고 국내 영세한 게임사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며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확률형 자율규제 강화안이 조속히 발표될 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확률형 자율규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게임사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서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의 게임 서비스 형태나 플랫폼 등 이해 관계가 서로 달라 하나의 협의된 안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IDEA 측도 "확률형 자율규제 강화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기영 ICT소비자정책연구원 공동대표는 "회사들의 자율규제 시행은 현재 위치에서 발전할 가능성의 거의 없다.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들이 회사마다 입장이 다 다르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사들 지지부진…이용자들은 '규제 환영'

게임업계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는 사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발의 하루 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모습이다. 주요 검색 포털 등에서는 해당 법안을 지지한다는 이용자들의 여론이 조성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로는 답이 없다고 느꼈다" "또 법안 발의를 방해하려나? 이제는 진짜 명분도 없는데"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좀 더 강한 규제가 나왔으면" "애초에 잘하든가"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입법을 반대하는 게임사들과 달리 정작 게임 이용자들은 이를 반기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여론이 조성된 것은 게임사들이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자율규제의 비실효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와 노웅래 의원 측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공받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시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율규제 준수율은 2015년 12월 93%를 기록한 이후 2016년 5월에는 88%로 자율규제 준수율이 줄어들었다.

또 2015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자율규제를 시행한 총 158개 게임 중 단 27개(17%) 게임만이 게임 내에 확률을 공개하고 83%의 게임들이 대표페이지 공개 방식을 선택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많은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물이 부분 유료 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특히 이용자가 특정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뽑기, 랜덤박스 등 우연적 요소가 강한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어 "그러나 이용자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이용자가 이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심지어 획득 확률을 조작해 이용자를 기만하는 사례 또한 밝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도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확률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다른 아이템과의 결합 등의 요소를 이용해 이용자의 과소비를 유도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랜덤박스 내에서 등장하는 각 아이템의 확률을 명시하지 않거나 실시간으로 확률을 조작하는 경우가 존재해 실질적으로 현재 확률형 아이템 판매 형태는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사행행위 또는 사행성게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물 내에 존재하는 경우 이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게임물 내에서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날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우택 의원도 게임 내에서 확률에 따른 게임 아이템 및 게임머니 등을 판매할 경우 유·무형물의 종류와 구성비율 및 획득확률 등에 관한 정보를 사업자가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