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연합군인 '윈텔'의 아성에 도전한다.
도전 분야는 PC가 아니라 PDA(개인정보단말)이다.
윈텔 진영은 그동안 PDA 시장의 전임 맹주였던 팜과 모토로라의 자리를 빼
앗을 만큼 맹렬한 속도로 PDA CPU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런 윈텔에 삼성전자가 "나도 있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PDA용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국내
PDA 업체를 상대로 공급 의사를 타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CPU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산업이지만 그동안 국
내 어느 업체도 이 분야에 엄두를 못냈던 현실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이
번 PDA용 CPU 시장 참여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 PDA CPU 사업 현황
삼성전자가 PDA용 CPU 시장에 나선 것은 3년전 부터이다. 이같은 사실 그동
안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국내 PDA 업계도 이 사실을 아는 사
람의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럴만도 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CPU가 그 동안 대만에만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메모리사업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급량을 밝힐 수는 없지
만 대만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혀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 저가 PDA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에 뿌려진 삼성전자의 CPU 기종은 영국의 ‘암’이란 CPU 전문회사가
개발한 ‘암’ CPU의 호환기종. 암7 계열로 알려진 저성능 CPU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대만에서 국내 PDA시장도 공략하는 방향으로 선회했
다. 국내 PDA 시장이 예년에 비해 그 만큼 컸다는 판단이다.
또 앞으로 더욱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고성능 기종인 암9 계열의 CPU 개발도 지난 주께 끝냈다. 암9 계열의 경
우 컴팩의 아이팩 포켓PC에 내장된 인텔의 스트롱암 CPU에 비해 더 성능이
우월한 것으로 알려진 기종이다.
참고로, 인텔 스트롱암의 경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영국 ‘암’사의 기
술에다가 인텔 기술을 더한 것이다. 암7과 암9 계열 사이쯤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전문가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발된 CPU를 검증하기 위해 일본 등 업체와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시에 국내 PDA 업체들과도 협력을 타진중이다. 특히 외산 CPU
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을 보장한다는 생각이다.
◆PDA CPU 및 OS 시장 현황
종전만 해도, 세계 PDA CPU 및 OS 시장의 주류는 팜사의 자체 OS와 모토로
라의 저성능 CPU인 ‘드래곤볼’이 맹위를 떨쳤다.
팜사의 팜 PDA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기세는 꺽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 OS
와 인텔의 스트롱암 CPU가 파국지세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것. 이미 두 회
사의 핵심 기술이 내장된 컴팩의 아이팩 포켓PC가 매출 면에서 팜 PDA를 넘
어 섰다는 자료가 일부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 기조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국내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 같
은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당장은 팜 PDA가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지만,
2~3년내에는 시장이 확 달라질 것”이라며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PDA 수요가 커짐에 따라 윈텔 진영의 기술이 채택된 PDA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팜 PDA에 탑재되는 모토로라 드래곤볼 CPU의 경
우 아직까지 최대 성능이 80MHz에 그친다”며 “이는 206MHz의 성능을 내
는 인텔 스트롱암에 못미치는 성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텔의 경우 7월달께 400MHz 성능을 내는 PDA용 CPU발표를 앞
두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모토로라는 별다른 계획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
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은 국내에서 드래곤볼 CPU가 채택된 CPU를 개발하거나, 유통하
는 업체들도 공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드래곤볼 CPU를 채용한 제이텔의 신
주용 부장도 “드래곤볼을 쓰던 PDA 업체들도 앞으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
화하기 위해 스트롱암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슨 의미가 있나
우선 삼성전자가 PDA CPU 시장 공략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PDA 업계의 부
품 국산화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그 동안 PDA 부품 중 LCD(액정화면), 메모리 등만이 국산화된 상태다.
이제 핵심부품인 CPU도 국산화 길에 접어든 데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CPU의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세계 PDA 강국으로 가는 산업 기반 환경이 조성될 것
으로 기대된다.
두번째로 삼성전자의 이번 진출은 불모지였던 CPU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잠
재력을 타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PC산업의 경우 윈텔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서는 좀 처
럼 치고 들어갈 수 없는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PDA시장은 PC시장과는
달리, CPU 공급업체가 선두 자리를 놓고 시장 다툼을 벌이는 과도기다.
물론 윈텔 진영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지만, PDA 시장의 경우 토종 CPU가 비
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PC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만큼 그 가능성
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삼성전자가 성공적으로 PDA CPU 시장에 진입할 경우 윈텔 진영과
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PDA 업계는 윈텔의 아성으로 편입되고 있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벽으로 윈텔 진영이 성큼 다가온 상태다.
MS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사의 윈도CE OS를 가지고 개발중인 정보통
신기기 업체 수가 70여사에 이른다”고 밝혔다. CPU도 마찬가지. 윈도CE 기
반의 정보통신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인텔의 스토롱암 CPU를 채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반응 및 삼성전자의 과제
PDA 업계는 삼성전자가 PDA용 CPU 시장에 나선다는 점에 모두 환영하는 분
위기다. 토종 CPU의 출현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입증해
야 할 사항들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CPU가 적용된 성공 사례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적용 사례가 컴팩,
HP, IBM 등 큰 기업일수록 좋다는 주문이다. 구현 사례가 있어야 국내 PDA
업계도 안심하고 토종 CPU를 채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적용사례의 확보는 CPU가 PDA 탑재시 지원해야 하는 각종 장치와의 호
환성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OS 업체와의 관계가 중
요하다. 인텔은 이미 PC 시장에서 MS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져가고 이
다. 삼성전자도 이와 관련 대비책이 있다면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경쟁력 있는 CPU의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이미 인텔의 경우 다음
달에 400MHz의 PDA용 CPU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단 삼성전자가 PDA용 CPU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연
구 및 개발이 뒤따라 한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나 비용면에서도 외산 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싸고 좋
아야 한다는 요구다. 만약 국내 PDA 업계가 삼성전자의 CPU를 채용한다면,
그 만큼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 위험부담에 대해서 삼성전자가 가격을 확실하게 떨어뜨림으로써, 보상책
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