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겠다'...할당판매에 시달리는 회사원들, 인터넷에 하소연

'못 참겠다'...할당판매에 시달리는 회사원들, 인터넷에 하소연

 

인터넷이 휴대폰 판매를 강제할당받은 회사원들의 '해우소'(解憂所) 구실을 하고 있다.

올들어 이동통신사와 관련 계열사들이 임직원을 거의 강제적으로 동원, 휴대폰 판매에 나서는 '강제 할당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불만을 품은 회사원들이 인터넷에 자신들의 속앓이를 분출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영업정책을 인터넷에서 정면으로 비판하는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 회사 일이라면 입을 꾹 다물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요즘 휴대폰 강제할당에 관한 글이 많이 실린 곳은 공정거래위원회 게시판(공정위, www.ftc.go.kr). 공정위는 지난 3월18일 각 이동통신 업체들의 계열사 직원 할당 판매에 대해 조사한 다음 4월중 이에 대한 제재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와 관련업체 임직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원 할당 판매에 대해 공정위가 어느 정도 철퇴를 내려주길 기대하는 심정에서 글을 남기고 있다.

3월26일 게재된 '어느 KT직원 사모님의 하소연'이란 글은 샐러리맨 아내로서 밝히지 못한 속내가 묻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글쓴 이는 KT에 근무하는 남편이 외부에서는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정작 회사 물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정을 담담하게 적었다. 또 할당량을 소화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년 휴대폰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글쓴 이는 '오늘 우리신랑 출근하면서 내일까지 20대 팔아야한다면서 오늘 자기 명의로 5대 정도 사온다는군요. 5대면 최소한 150만원입니다. 우리신랑 상여금 안 받는달 한달치 월급 실수령액이랑 맞먹네요. 이번 한달은 무보수'라며 체념 섞어 말하고 있다.

4월9일 공정위 게시판에는 '자뻑 주제가'라는 글이 실렸다.

'눈 먼 돈 있으면 PCS 자뻑 하여라! 보너스 받았으면 상품판매 자뻑하여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임직원에게 상품판매하는 회사에 대한 자조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이 글중 '자뻑 강매하는 길만이 애사심이다! 모든 것은 결과만 보고 판단 한단다!'와 '인간적으로 경영하면 내가 죽는다! 오로지 살벌하게 경쟁시키자!'란 내용이 담겨 있어 회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 '○○직원하고는 사돈도 맺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직원 또는 가족하고는 사돈도 맺지마라…'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글도 있다.

이 글에서 '허구헌 날 전화 와서 이 거 팔아달라, 저거 팔아달라...한두번 봐주는거라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별 쓰잘데 없는거 가지고 가입하라고 밤낮없이 전화해 대는데 이제는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라면서 임직원 뿐만 아니라 주위 지인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4월15일에 게재된 'LG텔레콤 대단하십니다'라는 글은 '번호 이동성 서비스 실시 이후, 인당 15대로 할당을 하더니만 그것도 모자라서 6대씩 추가로 가입하라고 한다'며 '매년 관계사 직원들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지…'라고 털어놓아 씁쓸함이 묻어나고 있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는 말씀만 하지 마시고 강압에 의해 가입하는 고객의 입장도 생각하셔야지요'라며 통신사에 일침을 가하고 '7월 번호이동성 서비스가 다시 한번 확대되면 이번엔 더하겠죠.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꼭 한번 조사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휴대폰 강제할당받은 임직원들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MSN 메신저도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LG텔레콤 계열사 직원의 MSN 메신저로 추정되는 이 메신저 사진은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강매 할당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닉네임과 함께 '텔레콤 박사...문의 바람'과 'LG텔레콤으로 변신~!!' 등 강제할당으로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닉네임도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싸게 드려요' 등의 구걸형과 '가슴에 쏴라 내 가슴에' 등의 포기형 닉네임도 있다.

아래는 '어느 KT직원 사모님의 하소연' 글 내용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린다고 달라질건없겠지만. 저희 남편은 KT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월급도 많고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부러워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요즘 너무 답답합니다. 영업사원도 아닌 남편은 요즘 휴대폰을 팔러다니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휴일도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데 퇴근하고는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바로 오지도 못하고 어디 휴대폰 살 사람 없나 하고 찾아다닙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휴대폰 뿐아니라 KT에서 새로운 상품(발신표시서비스, 네스팟, 정액제, 원츠카드등등)이 나오면 직원들은 영업을 강요당합니다. 그것도 수십건씩. (정액제는 1인당 300건을 해오라고 하더군요)

그럴 때면 일가친척 뿐아니라 친구들한테까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근심 가득찬 우리 남편을 볼 때면 너무 답답합니다.

일년에 몇대정도는 회사에 몸담고 있으니깐 휴대폰 살사람이 있으면 이왕사는거 ktf로 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일년에 수십대씩 팔아오라고 하는 건 너무 무리 아닌가요?

매년 우리부부는 멀쩡한 휴대폰을 두고 실적 때문에 또 폰을 바꿉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해마다 몇 대씩을 사와서 집에다 그냥둡니다.

그러자니 해마다 폰사는데 몇백만원씩 듭니다.

직원들끼리는 이걸 '자폭'이라고 하던데 이야길 들어보니 부서 직원들 모두가 해마다 폰을 몇대씩 개인돈으로 사서는 집에 모셔두거나 중고상에 헐값으로 팔고 있답니다. 얼마 전 KT 한직원이 영업에 부담을 느껴 남의 명의를 함부로 사용해 휴대폰을 수십대 개통했다는 이야길 뉴스로 봤습니다.

KT 직원들은 그 사람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군요. 그 사건 이후로 영업직원 외에는 영업을 안시키겠다고 하더니 말 뿐입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수시로 직원들 불러놓고 폰 팔아오라고 강요를 한답니다.

오늘 우리신랑 출근하면서 내일까지 20대 팔아야한다며 오늘 자기 명의로 5대 정도 사온다는군요. 5대면 최소한 150만원입니다. 우리신랑 상여금 안 받는달 한달치 월급 실수령액이랑 맞먹네요. 이번 한 달은 무보수.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