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한국 반도체 장비기업’
중국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진한 유혹을 보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자본 투자와 기술협력, 대리점 계약, 장비 대량 구매 등 갖가지 '미끼'로 한국 업체에 손짓을 하고 있다. 목적은 한국의 한 발 앞선 기술 습득.
특히 이들의 '러브콜'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 의욕과 맞물려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미콘테크(대표 최승철)는 이달 초 중국 상하이의 ‘삼난’ 기업으로부터 ‘웨이퍼 평탄작업장비(cmp)’ 장비 200대를 주문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금액으로 치면 1천억원에 이르는 규모였다. 그러나 회사 측은 고민끝에 거절했다.
이 회사의 백남철 상무는 “대규모 제의에 마음이 끌렸다”면서도 “중국의 반도체 상황을 고려할 때 삼난 측의 제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삼난 측이 장비 계약과 함께 기술이전을 요구한 것이 문제였다.
풍산테크(대표 김종배)도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는 기대보다는 실망이 컸다. 이 회사는 상하이 파스콘몰드(Pascon mould)와 산지아그룹의 자회사(Tonglingsanjiamould )로부터 몰딩 장비 공급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 측은 장비구입보다는 직접투자나 합작투자, 기술투자에 더욱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장비구입과 함께 기술 노하우 전수도 원해 중국 측의 제의를 선뜻 받기가 어려웠다”는 김선덕 이사는 “대신 지사설립과 대리점을 열어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사장비 전문업체인 파이컴(대표 이억기) 역시 ‘합자’형태의 대리점을 원하는 중국 기업의 제의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대리점 계약을 맺은 뒤 향후 합작사 설립 등을 추진하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 애프터서비스(AS)를 위해서라도 일정부분 기술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득실을 놓고 한창 ‘저울질’중이다.
회사 측의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 중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었는데 합자사 제의가 들어와 중장기 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포함한 장비판매를 시작한 기업도 일부 있다. 삼성테크윈(대표 이중구)는 내년 3월경 기술이전을 포함한 칩마운터 대규모 수출을 위해 중국의 모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이 회사는 중국의 ‘썬이스트(Suneast)’ 측에 제조기술과 함께 칩마운터를 판매했었다. 회사 측은 주력제품의 기술이전은 불가능하지만 기술을 넘겨도 타격을 받지 않는 범위에서는 제조기술과 제품을 묶어 판매하는 방법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사업부 안치영 차장은 "베이징, 상하이 등의 대리점을 통해 중국 업체들의 제휴 요청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규모 장비 구입 의사를 밝히더라도 중국 측의 노림수는 결국 기술이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풍산테크의 김선덕 이사는 “최근 중국방문 결과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이 개별적으로 중국진출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공정별로 혹은 소 그룹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진출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