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메이커들의 감산 움직임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메이커들은
감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 현물시장에서 64메가 SD램은 1달러, 128메가 SD램은 2달러대로 주저앉
는 등 팔수록 적자가 불어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감산보다는 ‘제품 다
변화’의 길을 고수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들이 감산에 소극적인 이유는 감산을 해서 얻는 이득보다 계속 생
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256메가 SD램, 램버스 D램, DDR 등 고부가가치 제품
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관건은 다가올 시장을 예측
해 ‘제품 라인업을 어떻게 짜느냐’지 감산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 대부분이 적자로 돌아설 2분기(4월~6월)에도 삼
성전자는 5천억원~7천억원의 흑자가 예상돼 ‘감산’의 가능성은 높지않
다. 경기가 침체해도 여전히 수익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메모리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에게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수익을 떨어진다 하더라도 경쟁 업체들의 메모리 사업 포기 유
발로, 내년 이후 더 큰 이익을 올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일본의 주요 메이커들이 D램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을 발표하고 있
는 것이 실례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업계에서 일률적인 감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
기는 사실상 힘들다”면서 “감산의 움직임이 있더라도 삼성전자가 감산에
들어가는 마지막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256메가 SD램의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고 램버스 D
램도 전체 생산의 30%까지 높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하이닉스 측도 막상 ‘감산
하냐’는 물음에는 펄쩍 뛰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박종섭 사장이 “감산에 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언급한 것은 업계 전
체를 두고 말한 ‘원론’으로 해석해 달라는 주문이다.
하이닉스는 "85%에 달하는 64메가, 256메가 SD램의 비중을 더욱 낮추고 256
메가 SD램과 DDR의 비중을 연말까지 각각 20%선 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
고 재차 확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하이닉스가 감산하면 경쟁사들은 세워 놓았던 감산계획도 철
회할 것”이라고 말해 감산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는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감산을 시작한다면 그 때가서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상 최악의 반도체 가격 폭락이 '공급과잉'이라기 보다는 PC
나 이동전화 시장의 침체로 인한 '수요부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공급
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가격 회복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얘기다.
결국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라인가동을 줄이는 등의 직접적인 감산은 단행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누가 더 오
래 버티냐'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D램 분야 세계 최대 생산국인 국내
업체가 먼저 '두 손을 들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강호성기자href=mailto:chaosing@inews24.com>chaosi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