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주]지경부, 또 '숟가락 얹기'인가

[권해주]지경부, 또 '숟가락 얹기'인가

우리나라 IT 산업의 핵심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책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대응이 한숨을 쉬게 만든다.

올해 새로 출범한 지경부의 몇 차례 대응이 잘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으려는 것 같은 인상을 갖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5일 열린 정부 위기관리 대책회의에서 '실물경제 진단 및 대응방향'을 보고한 뒤 기자브리핑에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채권단에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곧바로 하이닉스 주가가 치솟으면서 업계가 들썩거렸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1~2002년 채권은행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금융지원이 정부 차원의 원조라는 해외 각국의 해석과 함께 상계관세의 무거운 '짐'을 져야 했다.

올들어 겨우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그간 부과했던 상계관세를 철폐했지만,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패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세율을 인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입장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란 말은 그 자체로 뜨끔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질문에 "기술적으로…"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발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지경부는 부랴부랴 "현재 채권단에서 하이닉스에 대해 담보·신용대출 및 유상증자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이에 보조하는 차원"이라고 진화하고 나섰다.

이는 정부가 채권단에 하이닉스를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하는 식의, 말 그대로 대책이라 할 것도 없는 대책이라는 뜻도 된다.

이 장관은 이날 또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부가가치가 높은 모바일·서버용 메모리를 개발하는데 있어 혜택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이미 고부가가치 D램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별도 혜택이 필요한 단계도 아니고, 특별히 부여할 혜택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앞서 지경부는 올 초에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LGD)·LG전자 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교차구매를 중재하고 나섰다가 논란만 일으켰다.

당시 이들 회사는 부족한 패널을 상대업체에서 구매하지 않고, 물류비를 들여서 대만에서 사와서 문제가 됐다.

중재를 자처한 지경부는 급기야 지난 5월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전략 보고회 및 비전 결의대회'를 열고 삼성-LG 간 TV용 패널 교차구매가 7월에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LCD 및 TV 사업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양측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9월에 이르러서야 영향력이 적은 모니터용 패널을 소량 주고받기로 합의하는데 그쳤다.

이 탓에 지경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에 억지로 끼어들어 성과를 올리려 한다는 빈축만 샀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논란만 일으키는 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생색내기식 대책에 급급하기 보다 차세대 전략기술 개발이나 이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산업과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더 적극 나서 줬으면 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