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전국호환 "정부 따로, 민간 따로?"

교통카드 전국호환 "정부 따로, 민간 따로?"

사업 별도 추진…중복 투자-상호호환 과제로 남아

'교통카드 호환' 사업을 별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민간 사업자가 입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 한 장으로 전국 모든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교통카드 전국 호환 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오는 2012년 완료를 목표로 실시하고 있는 사업. 국토해양부는 이 사업에 총 570여억원을 배정했으며, 이 중 1차로 36억원을 투자해 시스템 개발과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통카드 민간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와 이비, 마이비 3사도 교통카드 전국 호환에 대한 단말기 개발 및 카드 호환을 끝내고 지난 25일 상용화를 위한 시연회를 개최했다.

정부와 민간 사업자가 별도로 교통카드 전국 호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진행 상황에 따라선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 장'의 교통카드가 '여러 장'으로 나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상호호환 안되면 '카드 한장'은 물거품

이 같은 최근 상황은 전국호환 교통카드 개발 취지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시민들을 큰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카드를 구매해야 할 지, 정부가 개발한 것을 사야할 지 혼선이 생기는 것.

현재 양측의 카드와 단말기 시스템은 서로 호환되지 않고 있다. 양쪽 다 국가가 지정한 KS표준을 기반으로 카드와 단말기 시스템을 개발하긴 했지만 서로 다른 정책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양측이 교통카드 호환 사업을 별도 추진할 경우엔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 카드를 샀을 때 민간 업체 단말기에서 환승 혜택을 받지 못한다거나 민간 카드를 정부 단말기가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수도 있는 것.

실제로 정부와 민간 사업자 간의 호환 협상이 그 동안 난항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물론 양측 모두 "기술적으로 이를 호환 시키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호환을 위한 협의가 그동안 쉽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통카드 호환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측의 한 관계자는 "개발이 끝나고 난 후 민간 업체와 다시 호환에 대해 협의해야 하는데 결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상용화된 민간 교통카드와의 호환 협의에 대해 정부 측은 "별도 협의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민간사업자 쪽 역시 "2주 전까지 협의를 계속했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민자 카드, 상용화 빠르고 기존 카드 이용 가능

교통카드 호환 시스템 개발 작업에서는 민간 사업자가 정부보다는 한 발 앞서 있는 상태다.

한국스마트카드, 이비, 마이비로 구성된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은 ▲각 교통카드 회사 정산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계산할 수 있는 통합정산시스템을 비롯해 ▲서로 다른 회사나 지역에서 사용하던 교통카드를 모두 인식할 수 있는 표준 단말기 ▲한 장으로 모두 통하는 교통카드 개발을 끝낸 상태다.

세 회사는 지난 2007년 11월 이같은 상호 시스템 호환을 위해 '전국 교통카드 호환 협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3사는 오는 7월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본격적으로 교통카드 호환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3사의 교통카드는 국내 11개사 전체 교통카드 사용률의 85%에 달할 정도로 폭 넓게 보급돼 있다. 이들이 시스템을 서로 호환했다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도 편리하게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3사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스마트 칩을 탑재한 전국 호환용 카드를 별도로 발급하려던 계획을 바꿔, 기존 카드도 모두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세 회사가 서비스하지 않는 지방 도시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디 aqua****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전 부산에 살지만 김해에 왕래가 잦습니다. 저희집에서 김해까지 빠르면 10분만에 가는 거리인데 김해카드로 부산버스 못 탑니다"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국호환협의체 태스크포스팀을 맡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 조동욱 팀장은 "올 7월에는 5개 도시에 제한적으로 실시하지만 2009년까지 2단계 호환을 통해 소규모 교통카드 사업자와도 호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사업자 논리 아닌 '소도시-소시민' 위한 카드 개발

반면, 정부 측은 교통카드 전국호환 사업의 공적 성격을 고려하면 민간 사업자에게 100% 맡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도시광역교통과 양옥천 서기관은 "정부는 군소 업체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지방 소도시에서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국민도 모두 호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6일 통과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를 위한 법적 근거라는 것.

◇정부의 기간별 전국호환 교통카드 개발 계획

단기
중기
장기
목표
전국호환 기반 확보
전국호환 확대
전국호환 완성
기간
2008~2009
2010~2011
2012~
호환 교통카드

및 단말기

관련 기술 개발 및

시범 운영

대도시 지역 운영
전국 운영
호환 정산 체계
관련 기술 개발 및

시범 운영

업체간 정산체계

운영 확대

전국 정산체계 운영
충전 체계
운영 업체별 충전
운영 업체별 충전
전국 공동 충전
인증 체계
인증체계 구축 및

시범 운영

인증체계 운영
인증체계 운영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0월 공식 사업 발주를 통해 한국스마트카드 컨소시엄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산하의 IC카드연구센터 두 곳의 입찰을 받아 이중 IC카드연구센터를 주사업자로 선정해 교통카드 전국 호환사업을 추진하고있다.

내년 1월에 초기 카드 보급에 나서는데 물량은 3천여장이며, 관련 예산은 36억원이 소요된다.

개발을 담당한 IC카드연구센터 이용훈 팀장은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KS6923'이라는 지불셈 규격을 구현했고 민간업체와 달리 규격을 인증하고 평가하는 툴이 있어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이 팀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 편의"라면서 "시장성에 따라 호환 규격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국민에게도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 측 역시 "이미 다 개발돼 상용화까지 된 시스템을 혈세를 들여 새로 개발한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측의 논리와 명분은 팽팽한 상태. 여기에 민간 업체 측이건 정부 측이건, 교통카드 전국 호환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를 완료하고 난 이후라 하더라도 상대 측과 상호 호환을 위한 협의를 거쳐야 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