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몇 년 전 세계적인 항공사는 국내 K리그 구단에 유니폼 스폰서를 할 계획을 세우고 대상을 물색했습니다. 그런데 검토 결과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보류를 했습니다. 해당 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나갔다면 사정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폰서 구상을 접었다고 합니다.
대표팀은 어떨까요, 국내에서의 관련 상품 판매는 솔직히 형편 없습니다. 대표팀 유니폼 등의 상품 구매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결됩니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거쳐 브라질로 입성해 대표팀이 월드컵 경기를 치렀던 쿠이아바, 포르투 알레그리, 상파울루에 머물렀고 베이스캠프였던 포스 두 이구아수에도 꽤 오랜 기간 있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꼭 살펴보던 것이 있었습니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이나 관련 상품이 스포츠 용품점이나 월드컵 기념품 판매장에 구비되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경기와 별개로 관련 상품은 유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세계에 한국과 한국축구를 알리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이애미 대형 쇼핑몰에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미국 유니폼 등이 보였습니다. 워낙 스포츠 인기가 높고 관련 상품 마케팅이 활발한 나라라 그럴 수 있겠거니 했습니다. 독일, 포르투갈, 잉글랜드 등 축구 강국들의 유니폼도 당연히 눈에 띄었습니다.
더욱 놀란 건 이웃 일본은 물론 우리의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러시아 유니폼도 있었습니다. 수요가 많은 곳도 아니지만 매장에 전시돼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그럴싸하니 꽤 많은 현지인이 구매를 했습니다. 한국 유니폼은요?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로 넘어와서는 어땠을까요. 여전히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한국대표팀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이구아수 건너편 파라과이 시우다드 델 에스테의 시장 골목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물론 일본, 중국 유니폼도 보였지만 한국 유니폼은 눈씻고 찾아봐도 안보였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리의 한 쇼핑몰에 가니 한국 유니폼과 트랙탑으로 불리는 상의 자켓이 보입니다. 너무나 반가워서 매장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여놓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더니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그 도시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한국인 팬들이 많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첫 번째, 두 번째가 유니폼과 자켓의 디자인이 꽤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라네요. 경기 이틀 전까지 꽤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가 한국의 빨간색 자켓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인 즉슨 한국 축구상품도 타국에서 어느 정도는 상품성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각국이 유니폼이나 관련 상품을 많이 내놓는데 한국은 그런 것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니폼은 물론 들고 흔드는 머풀러도 실종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유니폼 후원사의 잘못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혀 한국대표팀 유니폼 후원사인 나이키가 브라질 국가대표도 후원하면서 어부지리로 함께 매장에 구비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유니폼이나 관련 상품은 월드컵 기간쯤 되면 그 나라의 대표 얼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축구를 보여주지 않아도 해당 팀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될 수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1무2패라는 성적을 남기며 조용히 사라졌지만 관련 상품만큼은 16강 그 이상으로 선전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이유도 관심을 보이는 브라질 사람들과 각국의 축구팬들이 있기 때문이죠.
대표팀을 따라 취재하던 한 중국 기자는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의 빨간색 한국팀 자켓을 입고 등장해서 기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붉은악마인 줄 알았는데 중국 기자여서 두 배로 놀랐습니다. 물어보니 남아공 현지에서 예뻐서 구매한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 것보다 훨씬 괜찮아 보였다고 하네요.
분명 외부의 시선으로만 본다면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한국 경기 때 다수의 외국인들이 2006년 또는 2010년 한국 유니폼이나 자켓을 입고 등장한 것을 보면 이런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도 있어 보이고요. 굳이 돈들여 광고하지 않아도 충분한 홍보 대상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한국 축구상품의 세계화를 기대하겠습니다.
상파울루, 포르투 알레그리(이상 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