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만 키운 20일…'김승원 후폭풍'에 靑·민주당 부담 가중[종합]

의혹만 키운 20일…'김승원 후폭풍'에 靑·민주당 부담 가중[종합]

청와대 인사검증 논란…지명 20일 만에 결국 자진사퇴
증인·참고인 없이 청문회…與, 의혹 검증보다 '한동훈 역공'
"볼수록 잘된 인사" "지킬 것"…민주당 지도부 책임론 가능성
김승원은 사퇴하면서도 "정치검찰 표적수사…검찰개혁 완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2026.9.19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과 자질 논란 끝에 19일 스스로 물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를 지명한 지 20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지도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김 후보자를 강하게 엄호하고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했지만, 이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한 데 이어 김 후보자가 결국 사퇴하면서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도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대통령님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국민 눈높이와 후보자의 역량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주도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된 상황에서도 임명을 재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인사 논란과 관련해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사퇴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지명 직후부터 이어졌다. 핵심은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해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는 의혹이었다. 가족이 근무한 발달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을 둘러싼 이해충돌·특혜 의혹 등도 추가로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제넨셀 관련 요청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적 고충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청탁은 아니었다고 반박했고, 가족 협동조합을 둘러싼 의혹도 부인해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생중계를 본 뒤 취재진을 만나기 위해 당대표실에서 나오고 있다. 2026.9.18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한동훈 불법자료 커넥션"...증인·참고인 없이 인사청문

의혹 제기를 주도한 것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와 사건 관계자의 통화 녹취와 검찰 수사자료 등을 잇달아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김 후보자와 민주당은 의혹 자체보다 자료의 입수·유출 경위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 의원을 역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 후보자 엄호에 총력을 쏟았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 의원의 녹취록 공개 등에 대해서는 "불법자료 커넥션"이라며 처벌까지 언급했다. 당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사수" 기조가 뚜렷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방어 기조는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제넨셀 관계자와 브로커 양모씨 등을 포함해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15일 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선 증인 채택 공방에서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증인이 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야당 요구를 일축했다.

김의겸 민주당 법사위 간사도 청문회에서 제넨셀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이 2년 넘게 검사 11명을 투입해 수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추가 증인을 불러 다시 검증하는 것은 소모적 정치 공방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국회 청문회보다 훨씬 혹독한 검찰 수사를 이미 거쳤다"는 논리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왼쪽), 김기표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 "적격, 적합" 의견을 밝히고 있다. 2026.9.16 [사진=연합뉴스]

"김승원 적격자...법무행정 이끌 적임자 확인"

민주당 의원들은 동시에 한 의원의 자료 입수 경위와 과거 검찰 수사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성윤 의원은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검찰에서 흘러나왔거나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보고받은 자료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사자료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김의겸 의원도 당시 검찰 수사가 김 후보자를 넘어 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후보자의 의혹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가 사실상 "한동훈 청문회"처럼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문회 이틀 뒤인 17일 법사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김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가 법무행정을 이끌 적임자임이 확인됐다는 입장이었다. 서 위원장도 야당의 반발에 보고서 채택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절차라고 맞섰다.

하지만 보고서 채택 이틀 만에 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민주당으로서도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특히 지도부가 "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사수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증인과 참고인 없는 청문회를 진행한 뒤 야당 반대 속에 "적격" 보고서까지 채택했다는 점에서 후보자 검증과 정무적 판단을 둘러싼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김 후보자의 사퇴 직전까지 민주당은 한 의원과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며 임명을 뒷받침해왔다.

민주당은 이날 김 후보자 사퇴 이후에는 별도의 해명 없이 "고뇌에 찬 결정을 존중한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국정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는 김승원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경청하며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8 [사진=연합뉴스]

김승원 "이번 일이야 말로 검찰개혁 필요성 입증한 사례"

김 후보자는 사퇴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저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하면서도 "지금 내려놓아도 진실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미완의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윤석열·한동훈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한동훈의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깁기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이야말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께 입증한 사례"라고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사퇴 직후 "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의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후속 절차를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사퇴를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며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자진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각종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이 대통령에게 인사 검증 시스템 재점검과 인사라인 쇄신도 요구했다.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승리"라며 "국민만 보고 모두 함께 가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지난달 30일 발표된 2기 개각에서 장관 후보자가 중도하차한 것은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가 됐다. 용 전 후보자에 이어 엿새 만에 김 후보자까지 물러나면서 청와대는 후임 인선과 인사 검증 시스템 재정비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후보자를 끝까지 엄호했던 민주당 역시 향후 야당의 인사 검증 책임론과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