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속도 조절' 주장하지만 속셈은 복잡한 美 AI기업들

'개발 속도 조절' 주장하지만 속셈은 복잡한 美 AI기업들

안전 규제 강화 땐 빅테크 유리⋯中 AI는 빠르게 추격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업계에서 'AI 파멸론(AI doomerism)'이 확산하고 있다. 안전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비용 부담과 기업공개(IPO), 규제 주도권 등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낮추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AI 업계의 논쟁을 두고 기술 발전과 안전, 사업적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앤트로픽이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능을 높이는 '재귀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RSI)'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도 안전 규제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기업들의 속도조절론에 다른 이해관계가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은 "속도를 늦추려는 동기가 이타적이라고 가장해서는 안 된다"며 "초지능 개발이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기업들이 먼저 개발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발 경쟁이 완화되면 AI 기업들은 막대한 모델 훈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출시한 서비스를 통한 매출은 이어갈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IPO를 앞둔 기업에는 이 같은 효과가 더 중요하다. 앤트로픽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픈AI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속도조절론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기업가치 문제로 상장 연기를 검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 규제 역시 기존 대형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형 AI 기업이 안전 기준을 주도하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업체 등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도 속도조절론의 한계로 꼽힌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같은 점을 들어 속도조절론을 비판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역겨운 음모가 있다"며 "이를 기뻐할 유일한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