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조 선수금 지침 손질... "1천억 넘으면 심의위 둬라"

공정위, 상조 선수금 지침 손질... "1천억 넘으면 심의위 둬라"

지배주주 신용공여 자본금 50% 제한 후속 조치... 선수금 운용지침·연간계획 의무화
8월24일~9월14일 행정예고... 선수금 11조 시대 내부통제 강화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상조회사 등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선수금 운용에 대한 내부통제 체계를 세우는 내용의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이 마련된다.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지배주주 등에 대한 선수금 운용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내부통제 체계를 통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율적 운용인 만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24일 이같은 내용의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개정안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선수금을 운용할 때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하고, 파생상품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전에는 충분한 검토를 거치도록 하는 기본원칙을 담았다. 여기에 더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내부적으로 선수금 운용지침을 만들고 회계연도별 선수금 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선수금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나 고위험자산 투자를 심의할 때 지급의무자 소속 임직원이나 회계 등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번 지침 개정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개정 할부거래법은 상조회사가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 총액을 자본금의 50% 이내로 제한하고, 한도를 넘겨 신용공여를 주고받은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신용공여 제한은 선수금이 지배주주 쪽으로 새어나가는 경로 하나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선수금 운용 전반을 규율하는 원칙은 법에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가 이번에 지침으로 선수금 운용원칙과 자율점검 체계를 마련한 것은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법으로 지배주주 거래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금 자체를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업체 스스로 이를 점검할 내부통제 장치까지 갖추도록 함으로써 선수금 악용 소지를 전방위로 줄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선불식 할부거래 가입자는 1100만명을 넘어섰고 선수금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상조회사는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닌 선불식 할부금융사업자로 분류돼 금융당국 수준의 건전성 감독을 받지 않았다. 현행법상 선수금의 50%만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하면 되고 나머지 50%는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구조여서, 이 부분이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다음달 14일까지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