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권 순회경선 투표가 11일 시작됐다. 당 대표 후보들은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이 몰려 있는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는 11~12일 온라인 투표, 13~14일 ARS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과는 15일 오후 전북 합동연설회 직후 발표된다.
호남권 권리당원은 50만62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33%를 차지한다. 다른 지역보다 투표 참여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호남 경선 결과가 당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남 표심을 둘러싼 경쟁은 10일 밤 KBC 광주방송에서 열린 3차 TV 토론회에서부터 달아올랐다. 세 후보는 저마다 호남과의 인연과 민주당의 정통성을 앞세웠다.
김 후보는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 정치인이자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3년 동안 감옥에 갔던 광주 명예시민"이라며 "호남 발전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 당도 정부도 승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호남의 사위'라고 소개한 정 후보는 "호남이 없었다면 김대중 대통령도 없었다"며 "5·18 광주가 없었다면 1987년 6월 항쟁도, 지금의 헌법도 없었을 것이고 내란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전남이 이제 반도체 클러스터를 앞세워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도약하고 있다"며 “김대중의 통합 정신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크고 강한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후보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인 송영길 후보는 "호남 정치인이 중앙의 유력 정치인에게 줄을 서야 공천받을 수 있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며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에서 정책 중심의 정치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제가 호남 정치의 중심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속도와 성과가 달라진다"며 "호남이 고향인 제가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투표 첫날인 11일 경쟁은 지역 발전 공약과 현장 행보로 옮겨붙었다.
김 후보는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 메가 플랜'을 발표했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른 대기업 후속 투자 대상에 전북을 포함하고, 현대자동차의 투자 확대와 협력 기업 유치, 미국·중국 기업의 새만금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등을 끌어내겠다는 내용이다.
김 후보는 "새롭고 원대한 전북 메가 플랜을 만들어 전북을 작지만 강한 '강소 메가 전북'으로 만들겠다"며 "전북 발전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전북 정치인도 저만큼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전북의 미래는 김민석의 미래이고 김민석의 운명"이라며 "전북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치적 대변자이자 발전의 설계사가 되겠다"고 했다.
광주와 여수를 찾은 정 후보는 "더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돼 호남 민심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호남은 민주화의 성지이자 민주당의 어머니"라며 "호남의 어머니들께서 정청래를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정 후보는 "광주 현장의 민심과 일반 권리당원들의 민심은 압도적으로 정청래"라며 "며칠 전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당원들이 제게 와서 '아무리 그래도 2002년 노무현을 배신했던 일을 생각하면 김민석은 아니지 않으냐'고 귓속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처럼 호남이 없었다면 민주주의도 없었다"며 "호남의 어머니·아버지들이 정청래를 지켜 달라"고 썼다.
송 후보는 정 후보의 이 같은 호남 구애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광주는 누구의 승리를 보증하는 도시가 아니며, 다른 지역의 선택을 추인해 주는 인증 도장은 더더욱 아니다"라면서 "총칼 앞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피와 눈물이 서린 땅"이라고 했다.
송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정 후보가 "대구에서 1등 했으니 광주에서도 1등 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다른 곳에서 지지를 받으면 광주는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꾼 나라는 대구에서 이겼으니 광주에서도 이기는 일차원적인 나라가 아니었다"며 "'대구도 찍었으니 광주도 찍어 달라'는 식의 무지성 지지 요구로 바꿔치기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송 후보는 정 후보가 토론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가 123개라는 점과 제1호 국정 과제를 답하지 못했다는 점도 공격했다. 그는 "호남에서 '어머니, 지켜 달라'며 표를 호소하면서 정작 5·18 정신이 왜 국정 과제 1호가 됐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며 "참담하다"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호남 경선에서 형성된 판세와 분위기가 이후 서울·경기 경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 후보가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가 끝나는 14일까지 호남 공략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리얼미터가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호남권의 김 후보 지지율은 57.7%였다. 정 후보는 28.2%, 송 후보는 6.8%로 조사됐다. 김 후보가 정 후보를 29.5%포인트 앞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 전화 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전체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1053명의 표본오차는 ±3.0%포인트다. 응답률은 3.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