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조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의원은 30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한 의원은 최근 사의를 밝힌 정 장관이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의 폐해를 알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런다고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예를 들어 계엄이 일어난 상황에서 처벌받은 많은 사람들이 '난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막지 않았다' 그런 입장이었지만 줄줄이 감옥에 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방법이 있다. (정 장관이 이 대통령의) 멘토라고 하지 않느냐. (이 대통령에게) '이대로 가면 죽는다. 시원하게 거부권 행사하자' 이런 얘기 못하느냐"고 했다.
이어 "직은 그런 데 걸어야 한다. 도망가는데 걸면 부끄럽지 않느냐"며 "도망가는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장면이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은 법조인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 각별한 사이다. 호적상 나이는 정 장관이 1961년생으로, 이 대통령 보다 세 살 많지만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만난 뒤 4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온 대표적인 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도 평가된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광주 해남·완도·진도군)은 이날 KBC '여의도초대석'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의 파트너는 박지원이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정성호 장관이다. 대통령께서 무슨 요구를 했을 때 '그건 안 됩니다'하고 '노'를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유일하게 정성호 장관"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범여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을 심사한 민주당의 김승원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 법안 제안 설명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 기관과 공소 기관의 각 권한과 상호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으며, 범죄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은 물론 국민의 인권 보장을 강화해 범죄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또한 확대했다"고 했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수십 년간 확립한 법리를 개정안에 반영한 것으로 중대한 위법 수사와 공소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인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을 비롯한 법조계는 검사가 경찰 수사의 증거누락·법리오해·수사무마 정황을 발견해도 직접 바로잡지 못하고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에 대해서도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이라는 추상적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유·무죄에 대한 실체판단 없이 형사재판을 끝내는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검사의 객관의무도 추가돼 재판부마다 제각각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당초 이번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 아니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2명이 지난 6월 26일 발의한 법안에 들어 있었으나 '장윤기 사건'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묻혀 있었다. 더욱이 김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당TF안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공소기각 주체가 법원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과도 거리가 먼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등 범야권에서는 공소기각 확대 조항이 이 대통령을 염두에 둔 '꼼수 조항'이라고 맹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보완수사권 가지고 몇 달을 떠들었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조항을 하나 끼워 넣었다"며, "이재명 한 사람 살리자고 4심제,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까지 만들고 이제는 공소기각 사유까지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현재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과규정조차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 후 이재명 대통령의 중단된 재판이 재개되면 피고인 측이 이 조항을 근거로 공소기각을 주장할 명문의 근거를 얻게 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유무죄를 가리는 본안 판단 자체 없이 재판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곧바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종결동의서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 재적의원 299명 기준 종결 정족수는 180명이다.
민주당은 범여권 및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로 정족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은 이르면 31일 오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