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프리젠테이션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해요. 신기하고 인상깊은 발표가 평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질의에 재치있게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고요."
"요즘은 전국 각지 교수들 만나러 다니는게 일이에요. 무슨 학회를 준비하는지, 미리 알아내서 지원할 수 있으면 최고죠."
국내 공공 IT 영업에 십 수 년 몸 담아온 한 임원은 털어놓은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 수주를 위한 '비책'이다.
사업자 평가위원들이 기술이나 사업 내용을 모르다보니 이같은 방법이 동원된다는 얘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에서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평가를 전담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조달청으로 사업 평가를 일원화 했다.
하지만 정보화 사업의 기술적 특이 사항이나 업무 이해도가 낮은 비전문가들에 의한 일괄적 사업 평가가 전체 정보화 사업의 성패마저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대상, 사업담당자서 평가위원 '교수'로
조달청 평가 방식이란 정보화 사업의 제안설명, 사업자 선정, 계약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달청에서 책임지는 체계로, 일명 '조달청 패키지'라 불린다.
정보화 사업에 관련한 납품 비리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사업 담당자를 평가 과정에서 배제해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유지하자는 것이 조달청 패키지의 본래 취지다.
그러나 사업 담당자를 배제하다고 평가위원들이 평가를 진행하다보니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까다로운 기술 평가에 허점을 드러내게 됐다.
실제 한 IT서비스업체 사장은 최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가진 'IT 업계인 간담회'에서 "사업자들은 2~3개월 고민해서 제안서를 만든다.하지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심사위원을 평가 하루전날 선정한 후 제대로된 검토 없이 평가하다 보니 그 날 발표를 누가 잘하냐에 따라서 수주가 왔다갔다 한다"고 직언했다.
사업자의 기술력은 나중 문제이고 사업자 선정을 하기 위한 날, 해당 발표자가 얼마나 인상깊고 조리있는 발표를 했는지가 그 정보화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사위원인 교수들과 평소에 어떤 친분을 쌓는지도 중요한 포인트.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IT 서비스 업체들은 별도의 팀을 만들어 전국 각지의 교수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선정될 지 모르기 때문에 평가위원 풀(Pool)이 될 만한 교수들에게 사전 작업을 하는 셈이다.
해당 교수에게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동개발 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주거나, 각종 학회를 지원하는 식이다.
이는 비단 지원을 받아서가 아니라, 평소 해당 업체의 기술에 대해 설혹 몰랐더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업체의 기술적 우위와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교수가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면 해당 업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되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 중견 IT 서비스 업체 임원은 "우리처럼 중견 업체들은 교수 지원까지 나설 여력이 없다보니 기술 평가에서 어이없는 점수를 받을 때가 있다. 우리도 이제는 교수 영업팀을 꾸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행안부는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 전문가 풀을 늘리고 평가 위원 선정에도 더욱 공정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술비율 90%돼도 가격에 춤추는 건 여전할 듯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어느 때보다 저가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객관성'을 기하려다보니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기술항목은 입찰 사업자 별로 소수점 단위의 극히 미세한 차이를 받게 마련이다.
자연히 누가 몇 천 만원, 몇 백 만원을 덜 써냈는지에 따라 매겨지는 1~2점이 업체의 당락을 가른다.
평가위원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다보니 전체 평가 점수의 80%가 기술 점수임에도 불구, 변별력이 없고 결국 가장 비교하기 쉬운 기준인 '가격'이 선정 업체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평가 비율을 기술 90%, 가격 10%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 IT 서비스 업체 임원은 "기술을 모르는 평가위원들이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기술 우위를 판별할 수 있겠냐"며 "배점이 70점에서 80점이 됐을 때도 저가 출혈경쟁이 없어지지 않았는데 90점이 된다고 사라질 리 없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근본적인 원인 개선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90%의 기술 평가도 변별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정보화 사업 평가 방식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업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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