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앞서 던진 '근원적 처방'이라는 화두에 대해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출국에 앞서 정치·사회적 갈등에 대해 '고질적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대증요법 보다는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말하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의 진의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여야 모두의 관심 대상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은 당장 쇄신논란에 휩싸인데다 쇄신안을 놓고 친이 내부에서 대결 양상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쇄신특위의 쇄신안과 맞물리면서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 수세정국 돌파 카드로 '약효'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품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 몰고 올 파장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조문정국이 사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근원적 처방의 폭발력 여하에 따라 동력과 정국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으로선 '근원적 처방'에 대해 의미를 축소시킬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렇듯 여야의 관심은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에 쏠려 있는 듯 하다.
정치권에서 '근원적 처방'의 의미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내각개편, 인적쇄신 등의 '대증요법'을 쓰지 않겠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이 대통령이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과 같은 1회용 카드가 아니라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만일 개헌론이 확산될 경우 그 폭발성을 감안한다면 향후 정국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개헌 공론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독자적 개헌자문기구를 구성하는 등 개헌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제헌절을 전후로 개헌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김 의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제헌절 이후부터 헌법 개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최근 인터넷신문 토론회에서 "4년 중임제보다는 대통령 권한 배분이 수월한 유럽형 이원집정부제에 더 찬성한다"고 개론 공론화에 가세했다. "7월17일 제헌절 쯤 되면 어차피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도 했다.
당내에서는 7월 초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위원장 허태열)의 행정체제 개편 관련 순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제헌절 이후로는 권력구조 개편이 포함된 개헌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근원적 처방'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도 개헌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 해 주목된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17일 "대통령께서 어떤 건 피하고 어떤 것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치선진화라는 큰 틀에서 열어놓고 보시겠다는 것"이라며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 개편 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하시겠다는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기획관은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고 하는 큰 과제에 있어서 정치선진화 흐름에 중심을 잡고 그 과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신 것"이라며 "단순히 국면전환용이 아니라 국민통합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내놓으시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헌론이 서서히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이 실제로 '개헌'으로 나타날 경우 개헌 논의는 정국을 크게 뒤흔드는 대형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 개헌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4년 중임제' 개헌 입장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분권형 개헌에는 다소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국면전환용 개헌'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최근 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된 이유는 현 통치구조 자체의 잘못과 대통령제의 폐해 때문"이라며 "대통령 권력 집중의 폐해에 대해 문제제기 할 필요가 있다"고 개헌 논의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임시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 MB악법철회, 이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등 세가지 쟁점이 마무리되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개헌 문제를 꺼내는 것이 낫다"며 "상황이 온다면 민주당도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여권 일각의 개헌 논의에 관한 군불지피기는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개헌 논의가 집권세력 내부의 권력 나눠먹기나 실정으로 격앙된 민심을 돌리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헌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대통령 권한의 분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는 이원집정부제와 일본식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개헌안이 거론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개헌 회오리'를 대비하고 있는 모습도 감지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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