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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동파의 술꾼일기]술꾼일기 5 - 우족탕


아침 운동을 하며 땀을 쭉 빼고 샤워를 하려는데..

'♬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 (註 ; 동파의 벨소리 변천사 ^^ 10년전 : 소나무야~ 소나무야~~~~ 5년전 : 쨔라라~~ 쨔라라라라쨘~~~~~~~~(토카타&후가 ) 현재 :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손님이 기다리신다는 배부장의 전화. 얼른 샤워를 하고...부지런히 가게에 도착하니 어떤 노인네가 기다리고 계신다. 한 65~70 정도? 동파선생이신가? 아.. 예.. 그렇습니다만.. 반갑소. 책은 잘 읽었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평생 은행을 다니시다 정년퇴직을 하고 지금 자식들은 다 미국에 살고사모님은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신다는 기러기 아닌 기러기아빠.

내가 요새 산엘 좀 다니는데 사진을 찍고 싶어서.. 동파선생이 초보자용으로 적당한 걸 골라줘요. 예. 캐논 400D 와 번들렌즈 그리고 망원렌즈.. 몇가지 악세사리해서 백십만원...

고맙소. 내가 점심살테니 갑시다. 아닙니다.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동파선생하고 꼭 한잔 하고 싶었어. 내가 살께. 여기 남대문에내가 옛날에 우족탕 참 잘하는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딘지..

진주집. 원래 하던 자리가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시장 안쪽으로 옮긴 집.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겨우 자리가 난다. 우족탕 두개. 소주 하나! 시원한 음성으로 시키신다. 원래 저는 근무시간에는 술을 안먹습니다! 라는 말씀들 드리고 싶었으나..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걸쭉한 국물. 우족껍데기와 흐물한 고기들. 진한 맛의 부추 간장에 찍어먹으니 운동 끝난 뱃속이 난리가 아니다. 정말 맛있다.

동파선생.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어 봤소? 아니요. 못봤습니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아. 그리고 말씀 놓으세요. 저.. 그냥 선생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고 그냥 일개 술꾼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동파선생. 정말 내가 머리로 쓴 책은 많이 봤어도.. 가슴으로 쓴 책은 정말 오래간만이야.

보들레르가 평생 단 한권의 시집 악의 꽃을 썼단 말이야. 그거 꼭 사서 읽어봐요. 많이 배울 수 있을 꺼야. 알겠습니다. 꼭 사서 보겠습니다. 낮술은 저녁 술의 두배 이상의 강도를 가진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두런두런 나누다가 일어섰다. 생전 안 먹던 낮술을 다 먹으니 살짝 취한다. 꼬리곰탕, 설렁탕, 내장탕, 뭐 등등등 다 먹지만 우족탕은 처음먹나?? 동파선생. 오늘 만나서 너무 좋았어. 제가 너무 고맙습니다. 담에 제가 한잔 모시겠습니다. 그 분은 그렇게 시장인파 속으로 묻히시고.. 사알짝 취한 걸음으로 돌아 왔다. 고마움. 뿌듯함. 뭔지 모를 아쉬움.

'악의 꽃'을 읽어 봐야겠다.

/술꾼동파(피플475(http://wwww.people4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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