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속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벌어지며 원엔 환율이 폭등하자 우리나라의 산업과 소비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 100엔당 750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지난 28일 1천590원까지 올랐다. 1년 4개월만에 원에 대한 엔화값이 두 배로 뛴 것. 원달러 환율 상승률도 원엔환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일정도다.
이때문에 일본산 부품 수입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소비자들도 디지털 카메라 등 일본산 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구매여부를 다시 고려하는 비율이 늘었다.
◆무역적자폭 확대…300억달러 넘어서나
엔화가 1년새 두배로 오르며 무역적자 폭은 확대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263억2천2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약 20% 늘었다.
우리 주요 산업인 반도체·LCD처럼 주요 재료를 일본에서 사다 쓰는 산업 구조상, 엔화가치가 급등하면 같은 양을 수입해 쓰더라도 무역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대일 누적적자가 3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은 엔고로 인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라도 있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업체들은 가격 부담만을 안게 됐다. 대기업들도 설비투자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기계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반도체 제조용 기계로 인한 무역적자는 2천469만4천달러에 달한다.
이때문에 국산 장비업체들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국산 LCD 반도체 장비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엔고 현상 속에 28일과 29일 큰폭의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여행도 맘대로 못 가겠네
환율이 폭등하며 싼 맛에 일본 제품을 써 왔던 소비 패턴도 변화를 겪을 조짐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저가 여행의 대명사로 통했던 일본여행은 더 이상 '저가'로 불리지 않는다.
일본자유여행을 앞둔 A씨는 여행사가 환율 상승을 이유로 10만원의 추가요금을 요구해 당황했다.
일주일새 환율이 급등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추가 요금 부담도 그렇고, 현지에서 쓸 돈까지 생각하면 여행을 가야 할 지 말아야 할지 적잖이 고민이다.
디지털 카메라 마니아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디지털 카메라 마니아인 B씨는 최근 국내 최대의 카메라커뮤니티인 SLR클럽(www.slrclub.com)에 들렀다. 새로운 DSLR 카메라 가격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지만 계시판은 온통 환율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불과 몇주사이 엔화가치가 폭등하며 일본산이 대부분인 카메라 관련 제품의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많아진 것.
일본에서 저렴하게 제품을 구해매 국내에서 판매하는 속칭 '보따리' 장사도 끝났다는 자조섞인 글도 눈에 띈다.
◆日도 흔들…경제 악영향에 특단 조치 예상
일본 정부도 오르는 엔화값에 썩 좋지만은 않은 심정이다.
엔고로 인해 수출업체 실적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최근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금융위기 여파가 적어도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해 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
일본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오는 31일 열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인하가 결정되면, 기준금리는 0.5%에서 0.2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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