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휴대폰 감청 등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또 영장없이 감청할 수 있는 대상에 '테러'를 추가하는 등 휴대폰 감청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5일자 한 신문은 여권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재 휴대폰의 보안기능 발달로 감청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정원 등이 필요시 감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동통신업체가 의무적으로 통화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그 내역을 저장할 수 있는 감청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 법원의 영장없이 감청이 가능한 항목에 '테러'를 포함시키는 한편 지난 정부 때부터 미뤄왔던 테러방지법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통신사업자별로 휴대폰 감청 등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시킬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 통화 내용과 시각, 위치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휴대폰 감청이 대폭 확대돼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그리고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 주요 인사들의 휴대폰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청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정원법 제3조는 국정원의 업무 범위를 5개 항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정원법 3조는 ▲국내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죄, 국사기밀보안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국정원이 추진하고 있는 통비법 개정안에 대해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한 바 있다. 테러방지법 역시 2001년 발의됐지만, 논란 끝에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마저 통째로 묶으려 하고 있다"며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가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를 부르며 과거 복원에 급급해 하고 이른바 사정정국, 공안정국 조성을 통해 과거 권위주의 시대 권부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국정원 기능 강화에 반대한 점을 들어 "정권을 잡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국민의 목소리를 통째로 도청하겠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추진할 수 있는가"라며 한나라당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특히 그는 "영장없이 감청할 수 있는 대상에 테러를 추가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부, 대통령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들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악용될 수 있는 내용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현행 통신보호비밀법에 의해서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와 내란, 외환, 폭발물에 대한 죄 등의 경우에 법원의 허가 없이 감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통신의 비밀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국정원은 국정원의 업무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국정원법의 각각의 조항에 '등'을 붙여 사실상 제한을 철폐할 방침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며 "이는 거의 무제한적으로 국민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감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나라당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국정원의 대북정보 수집능력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에 국정원의 위상 재정립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어떠한 논평도 내지 않은 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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