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격 합의로 40여일 만에 국회 개원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선 여야가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국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10일 국회의장을 선출키로 하고 11일 개원식을 열기로 합의했다.
양 극단에 있던 여야가 이같이 개원 합의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최대 쟁점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와 쇠고기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여야는 ▲국회법 및 국회상임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특위를 비롯해 ▲민생안정대책특위 ▲공기업관련대책특위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특위 ▲한미 쇠고기수입협상 국정조사특위 등으로 5개 특위를 구성키로 했다
이중 민생안정대책특위와 미국산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맡고, 공기업관련대책특위는 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특위 위원장에는 민주당이 각각 맡기로 했다.
◆최대 쟁점인 가축전염병예방법…여야 '동상이몽'
이같은 합의로 국회가 문을 열기로 했지만 최대 쟁점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야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국회 파행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금지 ▲30개월 미만 쇠고기에서 5개 SRM(특정위험물질)수입 금지 ▲검역주권 확보를 등을 개정안에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법 개정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합의한 것은 추가협상 내용과 국민적 요구 및 국익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며 "통상마찰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정을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국제협상을 하고 난 뒤 국내법으로 제약을 해버리면 그 정부는 밖에 나가서 협상을 할 수 없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서 추가협상 내용까지도 제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론 홍 원내대표는 "합리적 접점이 나올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사실상 야당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는 달리 민주당은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록 쇠고기 재협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어제 협상으로 국민건강권, 검역주권을 지킬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하는 등 홍 원내대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같은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법을 개정해서 그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라며 "재협상을 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정성을 확보해 낼 수 있는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국내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양당간 시각차이를 보이면서 가축법 개정까지는 여야간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사위원장 놓고 '힘겨루기'…원구성 협상 첫 단추는?
이와함께 원구성 및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법사위원장 문제 등을 놓고 벌써부터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야당이 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법사위원장을 고수하고 있고 다만 법사위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시켜 민주당에 넘기려 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하서라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집권여당이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원혜영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한 것처럼 18대 국회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응수하고 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최종적으로 심의하는 등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 야당 입장에선 처리 법안에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여당에선 조속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처럼 막강한 법사위원장 자리인 만큼 여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친박연대라든지 무소속을 합치면 180석 가량 된다"며 "사실상 절반의 의석수도 없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잘 라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줄 경우 위원장 권한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시사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안 맡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한 30년 동안 대립각을 이뤘던 가증 중요한 쟁점이 자동상정 문제"라며 "이제는 해소를 해야 한다"라고 말해, 법안의 자동상정 등 법사위원장 기능과 권한을 축한 채 위원장직을 넘겨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완강하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17대 때도 우리가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졌지만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줬고 16대 때도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며 "국회는 관례와 전통이 어느 것보다 중시된다는 게 세계 공통이기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야당인 민주당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법사위원장 직과 연계할 경우 원구성 협상 타결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원은 했지만 여전히 국회가 또다시 공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과 원구성 문제, 또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한꺼번에 연계할 경우 또다시 정국은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뿐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현상 관련 국정조사도 여야간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정당성과 당위성 등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풀겠다는 복안이지만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파고들겠다는 것이어서 국정조사의 범위와 기간, 대상 등을 놓고 신경전이 예상된다.
국정조사를 통해 여야 한 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야가 사활을 걸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여야는 여야는 상임위 구성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쇠고기 파동 문제를 필두로 한 물러설 수 없는 정면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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