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당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대표가 4일 공식일정을 시작했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회의장 선출' 문제로 인해 첫 출발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4일 국회의장 선출을 하겠다'는 강행 입장을 분명히 했고, 야당이 의장 선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그간 여야간 합의된 사항들은 무효화 하겠다'며 이미 고강도 압박에 나선 상황.
하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당 뿐 아니라 의장 선출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던 친박연대도 거부하고 나서면서 한나라당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의장 선출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더욱 경색되게 된다. 하지만 의장 선출 지연으로 60주년 제헌절 행사에 차질을 빚게 될 뿐 아니라, 개원 자체가 불투명해 이명박 정부에 부담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홍 원내대표가 이미 '의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박 신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힐 수 있어 대표 취임부터 곤혹스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이날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표는 '국회의장 선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새로 취임한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홍 원내대표만이 "국회가 민생에 손을 놓고 있으면 서민들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것을 민주당 등 아당은 기억해야 한다"며 개원과 관련한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했다. 그는 "여론의 추이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 전반적인 인식"이라며 야당의 '의장선출 및 개원' 거부를 강하게 비판했을 뿐, 본회의 강행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에 당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의원 선출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론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고강도 압박에 나선 홍 원내대표가 '의장 선출' 문제에 한발 뒤로 물러선 듯한 분위기다.
이는 박 대표의 언급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의장 선출은)숫자로 가능하다는 것하고 정치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는 다르다"며 "우리가 숫자로 무소속 협조를 안 받아도 가능하지만 후유증이 없는 그런 불가피한 선택이냐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홍 원내대표의 강행 입장에 대해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국회가 개점도 못하고 공전하는 상태를 보고 그 정도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홍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그러나 이날 국회의장 선출 여부에 대한 질문에 "오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오늘 최고위원과 의총에서 결정이 날 것"이라며 결론을 의원총회 이후로 결론을 내리기로 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장 선출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야당은 여야 합의로 선출해야 한다며 박 대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박 대표가 수행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국회의장 선출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하려는 오만함을 즉시 중단하는 일"이라며 "여당만이 모여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는 발상은 국회마저 한나라당 수준으로 전락시키겠다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가 갖는 기능과 권능, 의미와 위상을 생각할 때 국회의장은 반드시 여야 합의에 의해 제대로 선출해야 한다"며 "박 대표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우는 겸손한 자세로 한나라당만의 단독 개원과 국회의장 선출 방침부터 빨리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의장 선출과 관련해 야당의 강한 반발이 홍 원내대표의 '초강수'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홍 원내대표 강행 입장에 엇박자를 낼 경우 원내 협상 주체인 여당 원내대표 위상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화합과 소통'을 주창해온 박 대표가 야당의 반발을 묵살하고 의장 선출을 강행할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당 안팎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는 모습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