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3강 기업'들이 지난 2007년 말부터 이슈로 부각된 저가 81㎝(32인치) 모듈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을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81㎝ PDP 모듈 '선공'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며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가운데,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파나소닉)은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는 시장상황을 더 지켜보는 한편 대형 분야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8월 81㎝ 표준화질(SD)급 PDP 모듈을 출시하는 '역공' 전략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PDP가 액정표시장치(LCD)의 위세에 눌려 계속해서 대형영역으로 내몰리고 있던 중, 신흥시장의 거대수요를 노리고 저가 소형 제품을 기습적으로 출시했던 것이다.
◆LG전자-삼성SDI '특유의 전략' 일단 성공
LG전자는 81㎝ 영역을 뚫으면서 각종 호재를 맞고 있다. 출하량 증가와 함께 소규모 이익이 보태져 PDP 모듈 부문 적자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 1분기엔 PDP 부문에서 세금·이자지급전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호황기를 맞아 빠르면 상반기 중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LG전자는 2007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다수 PDP TV 세트기업들과 저가 브랜드 '강자' 비지오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PDP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엔 디스플레이서치의 PDP 수량 기준 집계에서 34.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SDI(30.5%)와 마쓰시타(27%)를 제치고 1위로 도약했다.
최근 3년여에 걸쳐 PDP 부문 1위를 고수해왔던 마쓰시타마저 LG전자의 81㎝ 모듈 성공에 자극을 받은 상태. 마쓰시타 측은 4월 중순 "LG전자의 성공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더 싼 가격의 81㎝ PDP 생산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마쓰시타의 '따라하기' 행보와 달리 삼성SDI는 81㎝ 모듈 출하 시점을 늦추며 대형 영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상반기 말 81㎝ 모듈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코자 했던 삼성SDI는 양산시기를 오는 9~10월 정도로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DP 사업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가 소형 영역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고성능 고수익 대형 분야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이번 디스플레이서치의 집계에서 매출 기준 31.8%의 점유율로 LG전자(29.5%), 마쓰시타(29.4%)를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전체 PDP 모듈 매출에서 127㎝(50인치) 이상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48.9%, 수량 기준 비중은 35%에 이르렀다. 현재 PDP 모듈 적자폭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구태여 81㎝ 모듈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
◇1분기 업체별 PDP모듈 실적 및 점유율 (단위:100만달러, %)
기업명 | 매 출 | 점유율 | 출하량 | 점유율 |
삼성SDI | 451 | 31.8 | 1,075 | 30.5 |
LG전자 | 418.9 | 29.5 | 1,227.6 | 34.8 |
마쓰시타 | 416.6 | 29.4 | 950 | 27 |
히타치 | 65.8 | 4.6 | 156 | 4.4 |
파이오니아 | 64.7 | 4.6 | 110 | 3.1 |
오리온 | 1.6 | 0.1 | 5.1 | 0.1 |
합 계 | 1,418.4 | 100 | 3,523.7 | 100 |
◆'마쓰시타의 귀환' 여파는
일본 마쓰시타는 국내기업들의 뚜렷한 전략 속에 매출 및 출하량 기준 1위 자리를 동시에 내주며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마쓰시타의 공격적인 행보는 국내업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마쓰시타는 2008년 말 PDP 3번째 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오는 2009년엔 3번째 공장의 2배 물량을 양산할 수 있는 4번째 공장까지 건립한다. 최근 일본 파이오니아가 PDP 사업을 철수하자, 이 회사 인력을 흡수해 공동 개발 및 PDP 납품을 진행키로 했다. 즉 파이오니아가 가지고 있던 3~5% 정도의 PDP 출하량 및 매출 기준 점유율은 고스란히 마쓰시타가 가져갈 전망이다.
마쓰시타는 지난 2007회계연도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한편, PDP 모듈을 포함한 오디오·비디오(AV) 사업부분에서 5~6%의 안정적인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PDP 부문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국내기업들과 달리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마쓰시타의 81㎝ 모듈시장 진출로 LG전자의 '역공' 전략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마쓰시타는 규모의 경제와 원가절감 능력을 바탕으로 PDP 경쟁사들을 압박해, '세계의 PDP 공장'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쓰시타는 최근 자회사 IPS알파의 지분율을 늘리며 LCD 분야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의 홍주식 연구원은 "마쓰시타가 공격적인 증설과 함께 늘어나는 생산능력을 소화하기 위해 PDP 모듈의 외부판매를 강화하게 되면, 향후 '3강 구도'가 깨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LCD 진영이 대대적인 호황을 맞으며 대형 TV용 패널을 양산하는 8세대 이상 라인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009~2010년 LCD 수급 여건이 적잖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LCD 공급이 초과상태에 이를 경우 대형 TV 분야에서 경쟁하는 PDP 진영에도 적잖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마쓰시타의 공격적인 행보가 향후 PDP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지, 대규모 수익성 악화로 '자충수'를 두는 결과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