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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 문화관광부의 '이상한' 공청회


 

공청회는 어떠한 정책이 결정되기 전 해당 사안과 관련이 있거나 전문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리다.

이미 정책결정이 이뤄졌거나 입법이 완료된 사안이라면 이에 대해 알리고 향후 어떤 점이 변화하게 되는지를 이해시키는 설명회가 필요할 것이다.

17일, 문화관광부가 개최한 경품용 상품권 폐지 관련 공청회에 모인 아케이드 게임 업자들은 상품권 폐지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사안인 줄 알면서도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이미 한명숙 총리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참여한 고위 당정회의를 통해 '상품권 제도 폐지' 방침이 정해진 이상 9월 중 정기국회를 통해 '게임산업진흥법' 상에 이를 반영, 상품권 제도가 폐지되는 것은 '수순'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 자리에 모인 건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가 '공청회'라는 이름을 걸고 마련한 자리이니만큼 '혹시나' 폐지 이외의 다른 대안이 '고려'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였을 것이다.

이러한 공청회 자리가 대개 그러하듯 패널은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장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카지노가 있는 정선 일대에 거주한다는 천주교 사제 한 분도 참여했다.

이들은 저마다 '5조원 규모의 산업보호', '사행성 게임으로부터 시민보호' 등 명분을 내걸고 논지를 펴 나갔다.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 후 마지막 질의응답 자리에서 이들은 '주무부서'인 문광부 관계자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될 지의 답을 구했다.

목이 터져라 이야기를 했으니 이를 반영하는 것이 가능한지, 고려를 해 볼 수 있는지 듣고 싶었을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인줄 모를리 없는 이들이 이 자리에 모인 건 주무부서 담당자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자리를 마련한 문화관광부 담당자는 '솔직'했다.

게임산업과 조현래 과장은 "주무부서 담당자로서, 이런 안건을 두고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착잡하다"며 "개인적으로 상품권 제도 자체가 사행성의 본질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이미 총리와 당대표가 폐지 쪽으로 의견을 모은 만큼 어찌할 수 없는 사안이다"고 털어놓았다.

상품권과 사행성 논란을 두고 정부·학계·시민단체와 아케이드 게임 업자들 사이에는 '넘지 못할 4차원의 벽'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학계는 불법 개조된 게임물을 통해 상품권이 과다 배출되고 게임장과 환전소가 연계해 비정상적인 유통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통째로' 도려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자들은 게임 당첨 점수를 게임 이용 점수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경품 배출 후 남은 점수를 삭제토록 한 문광부의 고시와 영등위의 심의가 상품권 배출의 주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어느 쪽이 맞든, 이러한 견해를 조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양자는 숱한 만남을 가져왔고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그런 와중에 "더 높은 어른들이 다 정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주무부서가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솔직함은 '미덕'이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 방청석에서 "그러려면 뭣하러 이 바쁜 시간에 공청회 한다고 사람들 불러 모았나? 다 정해진 거 왜 불러 모아 입 아프게 이야기 반복하게 하느냐?"라는 고성이 터져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남은 유예기간 동안 정부와 업계를 배제한 제3의 연구 용역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제의도, 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물적손실에 대한 구제 여부도 "이미 다 결정된 사안이며 업주들이 상품권 사용을 남은 유예 기간 동안 줄여야 할 것"이라는 답변 외에는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상품권 폐지를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며, 사행성의 근본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대답에도 조현래 과장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쯤 되면 '짜고 치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 해도 충분히 화가 날 만 하다.

공청회를 정리하는 사회자의 "여러분 모두 다 사업 번창하시기를 바라며~"라는 멘트가 그리도 공허하게 들릴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주제 발표와 토론, 질의 응답 과정에서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썼던 업계 대표들은 끝내 토론 진행자와 문광부 관계자들을 향해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게임산업과 사행성의 '격리'는 무척이나 중차대한 일이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만큼 정부 차원의 '단호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러나 경품용 상품권 도입 자체가 정부의 주도로 이뤄진 정책이며 이의 폐지로 인해 업주들이 상당한 수준의 물적 손실을 입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이로 인한 폐해의 발생 또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청회가 마친 후 퇴장하던 한 업자는 "높은 분들이 다 정해 놓으셨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상품권 대체할 무언가 다른 대안이 나올테고 하라는 대로 따를 밖에요"라며 "2, 3년 지나 또 오늘처럼 이상한 공청회를 하는 그런 일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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