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해" 고성 터진 '올공'⋯5개월만의 검증 '무산 위기' [현장]

"생중계 해" 고성 터진 '올공'⋯5개월만의 검증 '무산 위기' [현장]

인스타보고 홀로 나온 20대⋯"참정권 잃을까 두려웠다"
현장 촬영 제한 두고 충돌⋯"보여주기식 안돼"
장동혁 "한 점 의혹 없게"⋯민주당 "장기 점거 종료" 촉구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당권파 지도부 의원들이 28일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 투표지 공개검증 현장에 참석해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투표를 못 했다는 글을 봤어요. 스레드에 들어가 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요. 나도 언젠가 투표를 못 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만난 20대 청년은 지난 6월 5일 처음 이곳을 찾았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그는 6·3 지방선거 당시 별다른 문제 없이 투표를 마쳤지만,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다는 게시물을 접했다고 했다. 관련 글을 찾아보다 불안감이 커졌고, 누구의 권유도 받지 않은 채 혼자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정치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며 "미래에는 내 아이들도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거의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을 요구해 온 시민들이 147일 만에 실제 투표지 검증을 지켜보기 위해 다시 올림픽공원에 모였다. 그러나 정작 이날 검증 현장에서는 촬영 허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불거지며 절차가 지연됐다. 시민들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요구해 온 '재검표'와 특검이 실시하는 '임의검증'의 차이도 여전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집회 참가자들과 취재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두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부터 경북 영천에서 올라온 60대, 홀로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청년까지 현장을 찾은 이들의 연령대와 사연도 다양했다. 경찰 병력이 배치된 경기장 주변에서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는 구호와 북소리가 이어졌다.

28일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 투표지 공개검증 현장에서 시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에 사는 한 40대 여성은 자매와 함께 두 살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왔다.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부터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올림픽공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너무 중요한 날이라 아침부터 나왔다"며 "재검증을 더 빨리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정하게 검증하는 것"이라면서도 검증 인력과 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147일 동안 시간만 끌어놓고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먼 거리에서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경북 영천에서 올라온 60대 남성은 지난 9월 처음 올림픽공원을 찾은 뒤 나흘간 현장에 머물렀다고 했다. 이후 다시 차를 몰고 서울에 올라와 한 달 치 주차권까지 끊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날 서울을 찾은 데에는 특별한 사연도 있었다. 전날 대구에서 손자가 태어났지만,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그는 "어제 손자가 태어났다. 얼마나 보고 싶겠느냐"면서도 "여기서 밤샘도 몇 번 해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을 믿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유튜브로 볼 때는 누가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직접 와서 대학생부터 나이 든 분들까지 만나보니 각자 찾아온 사람들이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을 향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자기 지역 주민들이 여기서 이렇게 오랫동안 있는데 한 번은 와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응을 비판했다.

실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앞두고 일부 시민이 현장에 나온 원외 당협위원장 등을 향해 "한 번도 안 온 사람이 이렇게 있느냐"고 항의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온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의 관심과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현장에 집결해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오전 7시 26분께 경기장에 도착했으며 신동욱·김민수 최고위원, 정희용 사무총장,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함께했다.

28일 선관위 특검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검증참관인으로 참석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참관 현장의 촬영 불가 방침을 두고 이태한 특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147일 만에 오늘 재검표가 시작된다"며 "단 한순간도 중단 없이 올림픽공원을 지킨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이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참정권 침해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특검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관위 특검은 국민이 만든 특검"이라며 "국민이 의혹을 가진 점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특검에 제시한 여러 요구사항은 어떤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사항을 전달한 것"이라며 참관인의 권리 보장을 거듭 요구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번 싸움은 당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싸움"이라며 "특검의 재검표는 대한민국 정상화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도 "권력의 눈치를 보는 특검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특검이 돼야 한다"며 "국민을 구경꾼이 아니라 민간의 수사 협조자로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 말미에 시민들을 향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더 큰 목소리로 외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박수와 북소리로 호응하며 구호를 반복했다.

이날 현장의 긴장감은 본격적인 검증 절차를 앞두고 더욱 높아졌다.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는 오전 9시 37분께 검증에 앞서 투표지 수량과 위조 여부, 관련 장비의 오류 가능성 등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표지 보관 상자의 봉인 상태를 확인한 뒤 전체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 투표지가 발견되면 별도로 분류해 정밀 감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 관계자, 사무원, 참관단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이 특검이 본격적인 검증에 앞서 카메라 기자들의 퇴장을 요청하자 일부 참관인들이 촬영 허용을 요구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생중계! 생중계!"라는 구호가 반복됐고, 검증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국회 측 참관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참관인의 영상 촬영과 녹화를 금지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배치된다며 촬영 허용을 요구했다. 김민수 최고위원도 개별 촬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 역시 현장에서 이 특검에게 항의하며 촬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이 특검은 검증장에 CCTV와 각 테이블별 영상 촬영 장비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참관인이 이상을 발견해 이의를 제기하면 특검 수사관이 별도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으며, 개인별 촬영을 허용할 경우 검증 절차 진행과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 참관인들은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직접 촬영도 허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검이 원칙적인 불허 방침을 유지하면서 검증은 오전 10시 26분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했다. 특검 측은 촬영 허용 요구에 대해 추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도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재선거를 요구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이번 검증을 계기로 장기간 이어진 올림픽공원 점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8일 더불어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투표지 공개검증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현장 기자회견에서 "이번 검증은 선거 결과 자체를 다시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주장을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 반출이 가로막히고 공연과 체육행사가 취소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며 "이번 공개검증을 계기로 올림픽공원에서 장기간 이어진 점거 사태를 끝내고 시민들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관리 부실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과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검증은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사태에서 비롯됐다. 선관위는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시민들이 송파구 개표소로 사용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장기간 봉쇄 시위를 이어왔다.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공개검증이 추진됐으나 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7일 출범한 특검이 수사 개시 52일 만에 투표지 약 247만장에 대한 현장 검증에 나선 것이다.

다만 특검은 이번 절차가 공직선거법상 재검표가 아닌 수사상 임의검증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선거 결과를 다시 확정하거나 당선인을 변경하는 절차가 아니라 투표지 수량과 위조 여부, 보관 상태, 관련 장비의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수사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147일 만에 투표지 검증이 이뤄지게 됐지만, 검증을 바라보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입장에는 여전히 차이가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참관인의 직접 촬영과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고, 민주당은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의혹 해소와 장기 점거 종료를 강조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확인된 선거관리 부실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증거와 법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검증 과정에서 드러날 사실과 후속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과 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가 다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 투표지 공개검증 현장에 참석해 경찰들과 대치한 시위자들의 모습. [사진=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