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찍힌 주차장 CCTV, 피해자도 보게"…규제 개선 14건 중 3개 골라주세요

"남이 찍힌 주차장 CCTV, 피해자도 보게"…규제 개선 14건 중 3개 골라주세요

국무조정실, 규제합리화 공모전 우수제안 14건 공개…30일까지 온라인 투표
귀국 전입신고 온라인화·국가자격시험 환불 기준 통일·해양장 선박 허용 등
1541건 중 추린 14건…투표 결과로 11건 시상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 둔 차가 긁혔다. 관리 사무소에 CCTV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영상에 찍힌 사람이 차 주인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관이 영상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정부가 이런 불편을 고치겠다며 국민에게 개선 과제의 순위를 매겨 달라고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규제합리화 대국민 공모전' 우수제안과제 14건을 선정하고 19일부터 온라인 투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투표는 30일 오후 6시까지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voice)에서 할 수 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11건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받는다.

국민이 제안한 규제합리화 14건

공모전은 7월 10일부터 8월 14일까지 5주 동안 열렸다. 제안은 모두 1541건이 들어왔다. 국조실은 소관 부처 검토와 민간위원이 포함된 전문가 심사를 거쳐 14건을 골랐다. 기존 규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고칠 수 있는지, 고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봤다.

생활에 가장 가까운 과제는 CCTV 열람·보존요구권 신설이다. 지금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에 찍힌 본인의 영상만 볼 수 있게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사건·사고 피해자에게도 열람권과 보존요구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의식불명이면 직계가족이, 치매노인 같은 제한능력자는 가족이 대상이 된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도 영상을 확인해 보험 처리 등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제3자의 개인정보는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14건 가운데 이 과제만 완료 시점이 제시되지 않았다.

해외에 머물다 돌아온 사람은 전입신고를 하러 주민센터에 가야 한다. 입국 여부를 확인해야 해서다. 행정안전부는 2027년 하반기까지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한다. 2년간 해외 주재원으로 일하다 돌아와 14일 안에 신고하지 못하고 과태료 5만원을 낸 사례가 제안 배경이다.

국제우편물 간이통관은 신청은 온라인으로 되지만 정정과 취소는 안 된다. 전화를 건 뒤 팩스나 전자우편으로 다시 내야 한다. 관세청은 2027년 상반기까지 온라인 신청 화면에 정정·취소 메뉴를 추가한다.

국가자격시험 응시수수료 환불 기준도 하나로 맞춘다. 같은 시기에 취소해도 공인노무사 시험은 전액을, 경영지도사 시험은 60%를 돌려준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맡아 치르는 37개 국가전문자격시험의 환불 기준을 연내에 일괄 정비한다.

미성년 부모의 전입신고 절차도 분명해진다. 미성년자가 전입신고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확인이 필요하다. 확인이 어려우면 주민센터 사실조사로 대신할 수 있지만 기준이 불명확했다. 행안부는 연내에 「주민등록 사무편람」에 미성년 부모를 사실조사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적는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과제도 있다. 중소기업 확인서는 지금 온라인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혼자 가게를 하는 70세 소상공인이 전기요금 지원을 받으려다 확인서를 떼지 못한 사례가 제안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청인이 접수기관을 찾아오면 직원이 대신 입력해 주는 방식을 2027년 상반기에 시범 운영한 뒤 고시 개정안을 마련한다.

반대로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정기적성검사는 방문 신청만 된다. 주소지가 세종인 타워크레인 기사가 서울 강남 현장에서 일하다 면허 갱신을 위해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세종을 다녀와야 하는 식이다. 국토교통부는 2028년 하반기까지 온라인 신청을 허용하고, 갱신 면허증을 원하는 기관에서 받을 수 있게 한다.

장애인 렌터카 임시주차표지는 지금 섬 지역에서만 발급된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 하반기까지 이 제한을 없앤다. KTX로 부산에 가서 렌터카를 빌리는 장애인도 표지를 받을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안 이미 조성된 부지에 소규모 폭염쉼터를 지을 때는 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길게는 24개월이 걸린다.

장례와 재난 분야 과제도 들어갔다.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산분은 자연장으로 제도화됐지만 유족이 어떤 배를 타야 하는지는 규정이 없다. 행안부는 유선의 운항 목적에 관혼상제를 추가하고, 해양수산부는 마리나선박을 일시적으로 해양장에 쓸 수 있게 한다. 둘 다 2027년 하반기가 목표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같은 긴급재난 때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현상변경을 먼저 하고 나중에 신고하도록 바꾼다. 지금은 사찰 지정구역 안 나무를 베어 방화선을 만들려 해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에는 30일이 걸린다.

기업 서류 부담을 줄이는 과제도 3건이다. 정육점 같은 축산물 판매업소가 다른 지자체로 옮길 때는 폐업신고와 신규 영업신고 대신 변경신고만 하면 된다. 지자체 계약 때는 행정정보 공동이용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우수조달물품의 규격만 추가할 때는 처음 지정받을 때 낸 시험성적서를 다시 내지 않아도 된다.

투표는 규제정보포털의 '규제합리화 대국민 공모전 투표 이벤트' 배너를 누르면 시작된다. 14개 과제의 현황과 개선 내용을 읽고,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개선안 3개에 '좋아요'를 누르면 된다.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고 휴대전화로 실명인증을 하면 투표가 끝난다. 참여자 가운데 50명을 추첨해 선물을 준다.

14개 과제는 이미 소관 부처 검토를 거쳐 수용이 결정된 과제다. 투표는 어떤 과제가 시행될지가 아니라 시상 순위를 정한다. 국조실은 결과를 11월에 발표한다. 우수제안에 들지 못한 과제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규제합리화는 기업 부담을 덜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