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가 임신 중지 약물 도입을 발표하면서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는 사안인만큼 약물 도입에 앞서 법 개정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관련 부처 공동으로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관련 논의가 정체된 지 7년 만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임신 중지 약물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진행 중인 약물은 현대약품이 신청한 '미프진' 1개로 허가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문제는 2019년 결정 이후 아직 임신 중지와 관련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도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를 규정해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5가지 사유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불일치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했을 뿐 형법에서도 제269조와 제270조에 낙태죄와 관련한 조항이 남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그간 여성들이 해외에서 불법으로 임신 중지 약물을 유통해오거나, 임신 중지 수술의 경우 병원에 따라 수술 자체를 안하거나 비용도 천차만별이어서 무방비 상태였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확립하려면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임신 중지에 대한 관리·규율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임신 중지 약물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약물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되, 점진적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처방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자궁외 임신 상태에서 임신 중지 약물을 복용하면 출혈 문제로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런 자궁외 임신이 전체 임신의 약 1% 수준이어서 전문가가 처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다수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국회에서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을 모아 병합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월 손솔 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손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함께 임신 유지·중지 등에 대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별도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서는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요양급여 지급을 명문화했다.
이외에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에, 이수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에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들에는 임신중지 상담과 보험급여 적용 여부 등이 포함됐다. 다만 개정안에 따라 허용 한계 조항 삭제 여부, 건강보험 급여화 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여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