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선택②] 하이닉스 잘나갈 때…SK그룹 'AI 대전환' 승부수

[최태원의 선택②] 하이닉스 잘나갈 때…SK그룹 'AI 대전환' 승부수

취임 30주년까지 2년…하이닉스 초호황 발판 '다음 SK' 구축
팔고 합치며 AI로 자본 재배치…총수 전면에 나서 비전 설파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360도 전방위로, 전속력으로 AI 전환(AX)에 돌입해야 할 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026 뉴 이천포럼'에서 그룹 경영진에게 던진 주문이다. '1인 1에이전트' 도입까지 제안한 최 회장은 자신도 여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만들어 계열사 경영진·구성원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SK그룹은 2024~2026년 사업 재편과 리밸런싱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챗GPT]

AI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최 회장이 1일 취임 28주년을 맞는다. 별도의 기념행사는 없다. 최 회장은 최근에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찾아 경제인들과 AI·첨단산업·공급망 협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재계의 관심은 지난 28년보다 취임 30주년까지 남은 앞으로의 2년에 쏠린다. 그룹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해온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AI 메가사이클을 타고 유례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SK를 AI 중심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초호황이 준 기회…'다음 SK' 만든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이 닥친 2023년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24년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성장 속도는 올해 더 빨라졌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SK하이닉스 매출이 300조원 중후반, 2027년에는 500조원을 넘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과 질의 응답을 갖고 있다.[사진=정소희 기자]

그룹의 변화를 추진해온 최 회장에게는 큰 기회다. SK는 SK하이닉스가 적자를 내던 2023년부터 사업을 점검하고 이듬해부터 '리밸런싱'을 본격화했다. 당시에는 비핵심 자산을 팔고 중복 사업을 합쳐 재무 부담을 줄이는 게 급했다.

최근에는 무게중심이 '정리'에서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SK㈜는 SK실트론을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고 SK에코플랜트도 SK오션플랜트 지분을 처분했다. 반대로 AI에서는 SK텔레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맡을 SK하이퍼를 설립하고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은 SK호라이즌으로 분리했다. 팔고 합치고 쪼개며 확보한 자본과 역량을 AI로 다시 배치하는 작업이다.

메모리부터 전력까지…AI로 다시 묶는 SK

최 회장이 그리고 있는 '다음 SK'는 AI 풀스택 인프라 기업이다. AI 산업에 필요한 기반을 그룹의 기존 사업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가 AI 서버에 필요한 HBM 등 메모리를 공급하고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LNG·전력 등 에너지 사업은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전력을 뒷받침하고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시설 구축에 집중한다.

SK 혼자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AI 가속기와 파운드리 등 부족한 부분은 글로벌 기업과 손잡아 채운다. SK는 최근 엔비디아와 AI 팩토리부터 차세대 AI 메모리까지 아우르는 5000억달러 이상의 협력 구상도 내놨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5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수장과의 관계를 직접 챙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HBM에서 시작한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SK텔레콤의 AI 인프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AI 전면에 선 최태원…해외도 달라진 SK 주목

최 회장 자신도 AI 전면에 나서고 있다. 국회에서 AI를 주제로 직접 강연하고 포럼과 대담은 물론 방송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영자가 직접 기술과 산업의 미래를 설명하고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황 CEO의 행보와 닮은 부분도 있다.

해외에서도 SK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4년 SK의 상황을 "20여년 만의 최대 규모 조직 재편"(Biggest Shakeup in Two Decades)이 임박했다고 표현했다. 당시에는 210억달러 규모의 잇단 인수로 커진 그룹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 최 회장의 당면 과제로 꼽혔다.

2년 뒤 시선은 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SK하이닉스의 변신을 "과거 '좀비' 반도체 기업이 엔비디아의 핵심 AI 동맹이 된 과정"(How a 'zombie' chipmaker became Nvidia's vital AI ally)이라는 제목으로 집중 조명했다.

지난 6월7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러브샷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6월 최 회장을 직접 인터뷰해 SK의 AI·반도체 확장 전략을 비중 있게 다뤘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엔비디아와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이 향후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기지의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구상도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적극적인 소통 역시 SK에 찾아온 AI 시대의 기회를 잡기 위한 행보로 본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자신이 직접 AI 비전을 설명하고 글로벌 파트너를 연결하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려 한다는 평가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