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게임을 하나 만들어줘.”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일상적인 말로 인공지능(AI)에 지시했더니 10여분 만에 실제로 작동하는 게임이 만들어졌다. 개발자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코딩이 자연어를 기반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업무 도구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는 임직원과 외부 참석자들이 직접 ‘바이브 코딩’을 체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실제 교육받고 있는 방식으로 게임 제작과 보고서 작성 등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바이브 코딩은 C언어 파이썬 같은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일상적인 자연어로 지시문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이해하고 코드를 생성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최신 개발 방식을 말한다. 개발 지식이 없는 일반 직원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곧바로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 실습은 ‘조는 학생 깨우기 게임’이었다. 강의는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맡았고, 프로그래밍 직무 담당 직원들이 실습을 지원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Claude)’에 “교실에 책상 5개가 놓여 있고 책상마다 두 명의 학생이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는 식으로 원하는 상황을 자연어로 설명했다.
여기에 게임의 규칙과 화면 구성 등을 추가로 요청하자 AI가 필요한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직접 입력하거나 코드를 한 줄씩 작성할 필요는 없었다. 원하는 결과물을 말로 설명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확인한 뒤 부족한 부분을 다시 지시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약 10분이 지나자 학생들이 졸고 있는 교실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완성됐다.
기존의 코딩이 ‘어떤 언어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알아야 했다면, 바이브 코딩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두 번째 실습에서는 바이브 코딩의 활용 범위가 게임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국제 정세와 관련된 정보를 담은 위키피디아 웹페이지 3곳의 링크를 AI에 전달했다. 이후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내용을 요약해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AI는 각 웹페이지의 정보를 취합한 뒤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구성했다.
자료를 찾아 내용을 읽고 핵심 정보를 추린 뒤 문서로 정리하는 기존 업무 과정이 자연어 지시 몇 단계로 압축된 셈이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바이브 코딩이 단순히 ‘코드를 대신 작성해주는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한 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AI가 연결하면서 일반적인 사무 업무에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바이브 코딩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기아 개발 직군 종사자의 약 80%는 지난해 초부터 업무에 바이브 코딩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현대차그룹은 이를 개발 직군뿐 아니라 전 임직원이 활용할 수 있는 업무 방식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이 개발 조직에 별도로 구현을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AI를 활용해 간단한 프로그램이나 업무 도구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AI 활용 확대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의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있다는 평가다. 이날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정의선 회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진 사장에 따르면 정 회장은 “경영진의 첫 번째 역할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의사결정에 정확히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브 코딩 교육 역시 단순히 임직원에게 새로운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가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직접 체험해보니 바이브 코딩의 가장 큰 변화는 ‘코딩을 쉽게 만든 것’이라기보다 아이디어와 결과물 사이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는 점에 있었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이를 실제 결과물로 구현해준다. 물론 복잡하고 중요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전문 개발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간단한 업무 자동화나 데이터 정리, 프로토타입 제작처럼 지금까지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영역에서는 바이브 코딩이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개발자만의 기술이 아닌 전 임직원이 활용할 수 있는 업무 도구로 확산해 AI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