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어린 시절 삼촌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이후 자신을 찾아온 삼촌에게 위협당한 조카가 흉기를 들고 맞선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 자신의 주거지를 찾아온 70대 삼촌 B씨에게 폭행당하자 흉기를 들어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린 시절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 내용을 폭로했다. 이에 격분한 B씨는 A씨가 사는 집으로 찾아가 A씨의 얼굴을 폭행했다.
이어 거실에 있던 서랍장 2개를 A씨에게 던지고 식탁에 있는 가위를 가져와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너 죽이고 나 죽으면 된다"라며 A씨를 협박했다. 아울러 성추행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변태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라. 죽고 싶으면 오라"며 B씨와 대치했다. 이후 A씨가 경찰에 신고해 상황은 일단락됐으며 검찰은 A씨와 B씨를 각각 특수협박과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 B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뒤 2심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를 참작해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면서도 "B씨가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A씨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형법 20조(정당행위)에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다투게 된 발단과 경위에 비춰 B씨 책임이 보다 중하다고 보인다"며 "B씨 폭행과 위협에 대항한 A씨의 행위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고 피해의 정도도 A씨가 더 중하다"고 했다.

아울러 "B씨의 폭력성, 두 사람의 과거부터의 관계, 성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씨 행위는)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에서 한 행위"라고 판단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언동을 하는 B씨의 추가적 가해행위를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타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 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