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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때부터 형에게 성폭행 당했다"⋯재벌 4세 폭로에 '미투' 운동 확산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태국 재벌가 4세가 어린 시절 친형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태국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시라누드 스콧이 태국 방콕에서 AFP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시라누드 스콧이 태국 방콕에서 AFP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최근 네이션, 카오솟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재벌 비롬박디 가문의 4세이자 환경운동가인 시라누드 스콧(29)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형 수닛 스콧으로부터 어린 시절 여러 차례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눈물을 흘린 시라누드는 "가족 모두가 내가 녹음한 형의 고백 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공감해주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싱하 후계자'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9세에서 13세 사이였을 당시 형이 여름방학마다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약 3년 전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침묵을 유지하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라누드는 고(故) 차눙 비롬박디 전 싱하 회장이 남긴 유산 문제와 관련해 어머니가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시라누드 스콧이 태국 방콕에서 AFP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친동생 성적 학대 의혹에 휩싸인 수닛 스콧(왼쪽)과 동생 시라눗 스콧. [사진=SNS 갈무리]

파문이 확산하자 싱하 맥주 생산업체인 분라웃(Boon Rawd Brewery)은 지난 19일 수닛 스콧을 회사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

분라웃은 성명을 통해 "시라누드 스콧에게 일어난 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모든 형태의 폭력과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탄하며 당국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닛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형제 사이에 거친 놀이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성폭력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 형제는 비롬박디 가문 창업자의 외손녀인 어머니와 스코틀랜드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비롬박디 가문은 싱하 맥주를 비롯해 식품, 호텔, 전력,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태국의 대표적 재벌가로 꼽힌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가문의 순자산을 약 17억5000만달러(약 2조6300억원)로 추산했다.

시라누드 스콧이 태국 방콕에서 AFP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싱하 맥주'. [사진=픽사베이 ]

시라누드의 폭로 이후 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플루언서 테일러 스리랏은 19세 때 50대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고, 한 유명 골프장 후계자는 11세 당시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뒤 임신중절 수술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온라인에서는 시라누드의 별명을 딴 '#PsiScott' 해시태그와 함께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전 세계를 휩쓴 미투(MeToo) 운동 당시 비교적 조용했던 태국 사회에서 이번 사건이 성폭력 피해 고백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리랏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SNS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라며 "그동안 피해자 비난 문화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침묵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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