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이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자사주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3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대기업 상장사는 60곳, 규모는 42조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13조2850억원)의 3배를 3개월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소각 규모는 삼성전자가 14조8994억원으로 가장 컸고, SK하이닉스(12조2400억원), SK(4조8343억원), 삼성물산(2조3269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전체의 63.8%(27조1394억원)를 차지했다.
자사주 소각이 급증하면서 지배력 변화도 나타났다. 소각을 가정할 경우 지배력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태광산업으로, 78.94%에서 54.53%로 24.41%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대한화섬(-18.57%p), SK(-18.34%p), 대신증권(-18.30%p), 동양(-17.00%p) 순으로 나타났다.
SK는 지배력이 50.21%에서 31.87%로 낮아지고, 미래에셋증권(-12.77%p), KCC(-11.98%p), 티와이홀딩스(-11.53%p), 두산(-10.34%p), 현대해상(-9.95%p) 등도 두 자릿수 감소가 예상된다.

자사주 보유 비율 상위 기업을 보면 SK가 3월 말 기준 24.80%로 가장 높았다. 태광산업(24.41%), 롯데지주(23.69%), 푸른저축은행(22.31%), 미래에셋생명(21.8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자사주 소각 이후 총수 지배력이 20% 아래로 내려가는 기업도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전 21.91%에서 19.95%로 낮아지며 20%선이 무너졌다. 부광약품, 호텔신라, 한솔케미칼, 네이버 등도 같은 구간에 포함됐다.
기업별로 자사주 처리 전략도 달랐다. SK는 보유 자사주 24.8% 중 약 20.3%를 2027년 1월까지 소각하고, 나머지 4.5%는 임직원 보상에 활용할 계획이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보유를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변화는 지난 3월 6일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편,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가 자사주를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해온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 주주환원 확대 흐름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봤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